최선희 ‘우주로케트 쁘로그레쓰’ 서류 들고 푸틴 만났다

이근평, 이유정 2024. 1.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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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 수행원이 ‘우주기술 분야 참관 대상 목록’ 서류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북·러 간 우주기술 협력이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서류가 포착됐다.

이날 최 외무상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대기하는 동안 북측 수행원이 들고 있던 서류 표지가 AP통신 등 외신들의 카메라에 찍혔다. 이를 확대해 보면 서류 상단에 ‘우주기술 분야 참관 대상 목록’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우주기술’을 특정했는데, 위성이나 우주 발사체 관련 분야가 이에 해당한다. 제목 밑에는 참관 장소로 추정되는 ‘1.우주로케트 연구소 <〈쁘로그레쓰〉>’ ‘워로네쥬 기계공장’ 등이 적혀 있다.

‘쁘로그레쓰’는 우주 발사체 기술연구소인 러시아 ‘프로그레스 우주 로켓 연구소’로 보인다. 프로그레스는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의 계열사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도 오른 국영기업이다. 이곳은 로켓 개발뿐 아니라 우주 발사와 관련된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구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표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겸 우주 로켓인 소유즈 시리즈와 무인 우주선 프로그레스 등의 개발에 관여했다고 돼 있다. ‘워로네쥬 기계공장’은 모스크바 남부 ‘보로네시 기계공장’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이곳 역시 로켓 엔진과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국영기업으로, 액체 추진 로켓 제작에 특화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해당 문서에는 ‘우주광학생산쎈터’로 추정되는 글자도 포착됐다. 위성체에 탑재할 카메라의 해상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러시아의 기술 지원과 연관된 대목일 수 있다. 군사정찰위성은 최소 서브미터(1m 이하)급 해상도를 갖춰야 하는데, 북한 위성은 이런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번 최 외무상의 방러 길에는 북한의 무기 개발 총책인 조춘룡 당 중앙위 군수공업부장도 동행했다. 참관 목록들이 북한이 필요로 하는 미사일이나 위성 관련 기술 협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최선희는 지난 14일 북한을 출발해 15~17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해당 기간 중 공개된 최선희의 일정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의 양자 회담, 푸틴 예방이 전부였다. 남는 시간에 어떤 일정을 소화했는지는 북한 매체에 공개되지 않았다. 최선희가 러시아 우주 기술 연구·제작 기관을 방문한 게 맞다면, 시찰과 함께 답사 성격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에 이어 또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면서 ‘후보지 목록’을 짠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러 간 기술 협력이 이뤄진다면 직접적인 제재 위반이 되는 ICBM 기술 이전보다는 위성 등 향후 우주 발사체의 대형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순 참관만으로 기술 이전이 즉각 되긴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는 물밑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가 중요하고 후속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북 전쟁능력 주시”=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우주 분야에서의 북·러 간 밀착은 미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존 플럼 미 국방부 우주정책 차관보는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주에서 위협이 되는지, 그들의 전쟁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지점이 있는지를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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