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이 글에는 옮긴이만 등장한다

2024. 1. 1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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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엄마의 전 재산으로 얻은 전셋집에 살고 있다.

우리는 집에서 놀고먹는다.

뭘 하긴 하지만 사회의 기준치로 봤을 때 불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우리는 그냥 늘 놀고먹는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우리를 불쌍하게 여겨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멋있다는 말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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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엄마의 전 재산으로 얻은 전셋집에 살고 있다. 우리는 집에서 놀고먹는다. 뭘 하긴 하지만 사회의 기준치로 봤을 때 불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우리는 그냥 늘 놀고먹는다고 말한다. 그건 우리의 계산된 멘트다.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우리를 불쌍하게 여겨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멋있다는 말도 해준다.

우리의 탄생화는 조팝나무다. 조팝나무의 꽃말은 선언이다. 우리는 탄생처럼 선언하고 다니길 좋아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입 다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안에 꼭 치료받을 거라는, 건강해지겠다는 선언 따위나 하고 다닌다. 아무것도 아니게. 그렇게 살아야지. 우리는 매일 다짐하고 그게 우리를 천천히 죽인다.

ㄱ마당할 수 없는 일들에 치여 우리의 정신은 이미 죽엇고 알코올에 ㅈ러여져 썩지 않는 몸만이 살고 잇는 게 아닐가 우리는 이미 포스트 아퐄라립스 시대에 도달한 좀비가 아닐가 미래는 아직도 바끼ㅜㄹ 생각이 업슨데 몸이 먼저 미래에 가 있다 ㅈ모비가 된 우리는 이제 죽어도 될 거 같은데 이름조차 이기저긴ㅇ 것들 ㅇ너제나 앞장서서 살아남는 것들 너넨느 힘내지 않아도 도닏다 이제 우리가 도망칠 차례다

-류휘석 시집 ‘우리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 중

핸드폰 메모를 그대로 옮겨 놓은 마지막 연은 밀레니얼세대 청년들의 우울과 좌절,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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