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공수처, 5개월 만에 국방부·해병대 압수수색

김정민 2024. 1. 1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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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병대 채수근(당시 20세)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18일 “국방부 관계자와 해병대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사상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거나 확보 중에 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18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공수처 신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지난 17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해병대 사령부의 사령관·부사령관 집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 16~17일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측근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사무실과 자택, 박진희 전 장관 군사보좌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故 채 상병 순직에…군 상부 ‘수사 축소 요구’ 의혹


해병대 1사단 고(故) 채수근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해 7월 19일 폭우가 쏟아진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에 구명조끼 없이 투입돼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이 사건 수사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맡았다.

박 대령은 10여일 뒤인 7월 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이종섭 전 장관 등 상부에 보고하고, 8월 2일 해당 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러나 같은날 국방부 검찰단(군검찰)은 경찰에서 자료를 회수했고 박 대령은 보직 해임됐다.

국방부 수사 외압 의혹을 공수처에 고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이 지난해 9월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자수사처(공수처)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이 일었다. 보고서를 승인한 다음날(7월 31일) 이 전 장관이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조사 보고서의 경찰 이첩을 중단하라’고 반복적으로 지시했다는 의혹, 박진희 전 보좌관이 김계환 사령관에게 ‘수사 의뢰 대상을 줄이라’는 요지로 보낸 텔레그램 대화 등이 알려졌다.

앞서 박 대령은 보직 해임과 동시에 ‘집단항명 수괴’로 지목돼 군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경찰에 자료를 이첩한 혐의다. 박 대령은 지난해 8월 11일 군검찰의 수사를 거부하며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 차례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군검찰은 그해 10월 6일 박 대령을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군사법원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고발 5개월만 첫 강제수사…국방부는 즉답 피해


지난 16일 오전 '해병대 예비역 신년 정책설명회'가 열린 경기 성남시 수정구 밀리토피아 호텔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회원들이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공수처는 지난해 8월부터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박 대령이 지난해 8월 23일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면서다. 9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차관 등을, 10월에는 민변·참여연대 등이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의 이번 압수수색은 고발 5개월 만이다. 박 대령을 비롯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지난해 9월 이뤄졌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해병대 사건 등의 수사 상황을 묻는 의원들 질의에 “임기 내에 최대한 빨리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공수처의 압수수색 관련 질문에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확인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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