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 어려운 계절 과일 어떻게 구매 이끌까 [경영칼럼]

2024. 1. 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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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만 믿는다? 만능은 아니랍니다
행동 근원 이해하려는 인사이트 집중

슈퍼마켓에서 아보카도를 자주 구매하는 고객이 언젠가부터 아보카도 진열대를 그냥 지나치고 구매를 중단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만 본다면 이 사람은 아보카도를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됐거나, 가격이 올라서 구매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고객이 아보카도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그리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 여전히 아보카도를 좋아하지만, 알맞게 숙성한 아보카도를 고르기가 너무 어려워 구매를 포기했다면? 꽤 익은 아보카도는 금세 썩어버리고, 덜 익은 아보카도는 후숙하기가 까다롭고 잊어버리고 있다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아보카도 구매를 꺼리게 되는데,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꽤 많다.

만약 유통업체가 고객의 마음을 읽었다면, 대응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아보카도를 오늘 먹기 좋은 것, 2~3일 이내 먹기 좋은 것, 4~5일 이내 먹기 좋은 것과 같이 3개 그룹으로 분류해서 진열한다면, 이 고객은 물론 비슷한 고민을 했던 많은 사람이 편안한 마음으로 걱정 없이 아보카도를 구매했을 것이다.

노스웨스턴 경영대에서 소비자 인류학을 가르치는 지나 퐁 교수는 데이터를 넘어 인사이트를 구하라고 말한다. 데이터 분석에만 의존하기보다 행동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데이터는 물론 매우 가치 있는 자산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소비자 선택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류학, 민속지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관찰과 경청을 바탕으로 행위의 의미와 숨겨진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수집한 자료를 ‘씩 데이터(thick data)’라고 한다. 무엇을, 얼마큼을 보여주는 정량적인 데이터와 함께 그 배경과 원인을 보여주는 정성적인 자료를 보완적으로 사용할 때 시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기업은 인류학적 접근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창업자 아디 다슬러의 사망 후 혼란 속에서 공격적인 나이키에 정상을 뺏기고 추락하던 아디다스도 이 시기에 소비자 니즈를 심층 분석하며 부활 기회를 찾았다. 사실 아디다스의 브랜드 DNA에는 고객을 향한 집요한 탐구심이 이미 담겨 있었다. 아디 다슬러는 최고의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선수를 밀착 관찰하고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유명했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독일 육상선수 리나 라트케가 세운 세계 신기록,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미국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가 획득한 금메달 4개가 그 결실의 일부다.

바나나도 아보카도만큼 고르기 어려운 과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타임지가 한국의 이마트를 그 고민을 없애준 천재적인 기업으로 극찬했다. 바나나 6개를 초록색부터 노란색까지 숙성된 순서로 담아 하루 하나씩 최상의 상태인 바나나를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고객 행동을 관찰하고 그 원인을 고민하면서 발견한 작은 아이디어도 혁신이 될 수 있다. 소비자를 단지 구매자가 아닌 인간으로 바라보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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