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 기대 커졌지만…모두가 수혜? NO ‘옥석 가리기’ 필수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이후 자연스레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향한 기대감이 커졌다. 통상 소부장 업체 주가·실적은 반도체 사이클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호황기 반도체 제조 업체들의 캐파(설비투자) 확대가 곧 소부장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도 같은 흐름일지는 미지수다. 일단 제조 업체의 캐파 확대 요인이 적다. 지난해 대비 주문량이 늘고 재고가 줄었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재고가 많다. 굳이 생산량을 늘려야 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다. 제조 업체 캐파 트렌드 변화도 감지된다. 올해는 확대가 아닌 ‘전환 투자’가 핵심 키워드다. 반도체업계는 D램 선단(선폭 7㎚ 이하) 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 등 특정 부문에만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결국 일부 소부장 업체만 수혜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선단 공정으로 가면서 대응 가능한 업체가 줄어드는 공정이 생기고 있다. 전환 투자를 강조한 만큼 업체별 수혜 강도 차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TC 본더 앞세운 한미반도체 ‘훨훨’
최근 메모리 반도체업계 최대 화두는 고대역폭메모리다. AI 전용 GPU를 감당할 수 있는 HBM 수요도 급증하는 형태다.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관련 캐파 목표치를 상향 조정 중이다. 이 과정에서 후공정 장비 업체 수주량도 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전공정은 웨이퍼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후공정은 완성된 웨이퍼를 패키징(가공)해 반도체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전공정에서 반도체 미세화 공정이 기술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후공정 패키징 역할이 커지는 추세다.
기술 난도가 높은 HBM 역시 후공정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형태다. 기존 GPU 연산용 메모리(GDDR) 대비 더 많은 용량과 높은 대역폭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잘 쌓는 게 HBM의 핵심 포인트다. HBM은 적층 과정에서 D램을 열로 압착하는 ‘TC(Thermo-Compression) 본딩’ 과정을 거친다. 이때 활용되는 대표적인 장비가 TC 본더(열 압착 본딩 장비)다.
TC 본더 부문 국내 선두 업체는 한미반도체다. 그동안 TC 본더는 한미반도체 장비 중 비주력 제품군에 속했다. 전체 매출의 5~10% 수준이었다. 하지만 HBM 시장 개화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듀얼 TC 본더 1.0 Dragon)과 10월(듀얼 TC 본더 1.0 Griffin) SK하이닉스와 체결한 총 1011억원 규모 공급 계약이 대표 사례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미반도체 TC 본더 매출 비중이 올해 40%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증권업계 전망도 긍정적이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미반도체 TC 본더 매출 인식 시점이 1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HBM3E용 TC 본더의 경우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요 고객사 독점 공급이 예상되며, 고객사 생산능력(CAPA) 확대에 따라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수요가 빠르게 늘자 한미반도체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9월 TC 본더 전용 공장인 ‘본더팩토리’를 구축했다. 본더팩토리는 인천 본사 부지 내 6만6000㎡ 규모 5개 공장 중 3공장을 활용했다.
본딩 과정에서 꼭 필요한 HBM용 리플로(Reflow) 장비 생산 업체들도 눈길을 끈다. 리플로 장비는 칩 또는 기판과 접합된 부분에 열을 가해 범프(Bump)를 형성하는 공정이다. 기술 난이도가 상당하다고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에스티아이가 리플로 장비를 생산 중이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스티아이의 올해 리플로 장비 매출은 338억원으로 전망한다”며 “리플로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아 전체 OPM(영업이익률) 개선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후공정 업체에 가렸지만, 일부 전공정 업체도 주목받는다. 주요 제조 업체들이 ‘D램 공정 전환’을 외친 만큼 D램 선단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10㎚ 4세대(1a)와 5세대(1b) 공정의 생산 비중이 2024년 말까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도록 공정 전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1b D램 공정용 장비를 납품하는 유진테크와 주성엔지니어링, 식각 장비를 공급하는 에이피티씨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국산화 정책’ 수혜도 기대 요소
지난해 소재·부품 업체들은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소재·부품 업체 실적은 유별나게 반도체 사이클에 민감하다. 장비는 불황에도 제조 업체들의 선제·보완 설비 투자 과정에서 매출을 최소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소재·부품 업체는 제조 업체의 웨이퍼 투입량, 즉 반도체 생산량이 실적과 직결된다. 특히 지난해 제조 업체들이 유례없는 ‘반도체 감산’ 전략을 펼치면서 소재·부품 수요는 급감, 실적도 바닥 수준이었다.
하지만 반등의 시간에 접어들었다는 게 증권업계 평가다. 삼성증권은 ‘2024년 반도체 소부장 연간 전망’ 리포트를 내고 “2024년 메모리 반도체 수요 성장 예상치는 10% 중후반대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제조 업체들이 극단적으로 낮춘 가동률이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다. D램 가동률은 1분기 서서히 반등, 낸드 역시 2분기부터 서서히 반등하기 시작할 듯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소재 부문에서는 주요 제조 업체에 과산화수소를 공급하는 한솔케미칼 반등이 예상된다.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세정과 화학 약품의 부식 작용을 이용해 웨이퍼상의 특정 물질을 제거하는 식각 공정의 핵심 소재다. 한솔케미칼은 삼성전자 D램과 낸드용 과산화수소 공급 물량의 70% 수준을 차지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1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2024년 연간 영업이익으로 1859억원을 추정했다. 2023년 대비 43% 증가한 수치다.
부품 부문도 반등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제조 업체 가동률 개선뿐 아니라 본격화되고 있는 ‘소재·부품 국산화 정책’의 우선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부품 역시 일본에서 들여오는 게 많은데, 소재 대비 기술 난이도가 낮아 국내 기업들이 가져갈 기회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소켓 등을 제조하는 ‘리노공업’을 주목한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I 시장 개화는 소켓 업체 특히 포고 핀 형태의 고부가 제품 생산 업체의 신성장동력을 의미한다”며 “리노공업의 올해 소켓과 핀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16%, 17%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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