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갈빗집 따돌린 이천 쌀집···장기적인 대세는 아직 모른다?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1. 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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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2023년, 국내 반도체업계 양대 산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희비가 갈렸다. 업계 1위 삼성전자는 경기 불황 여파로 DS 부문 적자를 기록하며 주춤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2인자 SK하이닉스가 치고 올라왔다. AI용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HBM을 내세워 빠르게 실적을 회복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그늘에 가려졌던 SK하이닉스가 존재감을 뽐내는 현상을 두고, ‘2위의 반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현재 상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고성능 메모리가 향후 시장을 이끌어갈 만큼 SK하이닉스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과 삼성전자가 다시 시장을 주도하리라는 예측이 맞붙는다.

SK하이닉스는 HBM의 선전에 힘입어 메모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사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HBM 효과로 하이닉스 질주

덩치 큰 삼성 회복 속도 느려

현재 두 회사 분위기는 명확히 갈린다. 삼성전자는 2023년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상당 부분 적자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조 단위 적자를 기록 중이다. DS 부문 손실이 2조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적자 규모를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시장이 전망하는 SK하이닉스 영업손실은 2000억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흑자전환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실적은 물론 직원 대우까지 역전됐다. 삼성전자는 DS 부문 직원에게 별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SK하이닉스는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2위 업체가 더 두드러진 성과를 낸 원인은 두 가지다.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선점 그리고 삼성전자의 느린 회복 속도다.

우선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로 불리는 HBM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 영향이 컸다.

HBM 등 고성능 메모리는 AI 시장 개화와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불황을 겪는 와중에도, 고성능 메모리 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SK하이닉스는 시장 변화 수혜를 톡톡히 봤다. 2023년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AI용 고성능 메모리 시장점유율은 35%에 달한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점유율은 39%다. 4% 차이로 턱밑까지 쫓긴 것. 업계는 HBM 시장에서의 선전이 격차 감소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미국 반도체 업체 AMD와 손잡고 업계 최초로 TSV 기술을 적용한 HBM 개발에 성공했다. TSV는 수직으로 쌓은 D램에 1024개 구멍을 뚫고 전기 신호가 오가는 길을 만드는 기술이다. 현재 기술 경쟁에서 SK하이닉스가 조금씩 앞서 나가는 형국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 순으로 개발돼왔다. SK하이닉스는 HBM3 개선 제품인 HBM3E도 최초로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책이 역전을 허용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김기남 전 부회장 시절 비용 절감을 핑계로 연구부서 예산을 상당히 삭감한 게 작금의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당시 HBM을 담당하던 연구원 상당수가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겼다고 알려졌다. 연구 인력을 뺏기며 자연스레 기술 격차가 발생했고, 엔비디아 손을 잡은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는 스토리다.

삼성전자의 ‘비대함’도 격차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됐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 회복 속도가 느리다. 메모리만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을 함께 운영한다. 메모리 시장이 상승세에 접어들면 빠르게 실적이 올라가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메모리 이익으로 파운드리와 LSI사업부 부진을 메워야 한다. 회복 속도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경우 D램은 8000억원 규모 흑자를 냈지만 낸드와 비메모리가 각각 2조1000억원, 8000억원 영업손실을 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량이 더 많은 탓에 부담해야 할 재고도 많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2022년 삼성전자 반도체 출하량이 많았던 탓에, 2023년 재고 소진에 상당히 고생했다. 생산량이 많은 만큼 재고도 많아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2024년, 본격적인 실적 회복세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진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삼성전자 제공)
장기적으로 보면 ‘모른다’

HBM 격차도 곧 사라질 것

다만, 현재 상황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보는 반도체업계 전문가는 드물다. 이유는 간단하다. HBM 시장에서 현재처럼 SK하이닉스의 압도적인 우위가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기에 더해 현재 기세대로 메모리 산업이 부활하면, 결국 생산량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보이는 삼성전자가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HBM 시장은 현재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맹추격 중이다. 현재 SK하이닉스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엔비디아 공급망에 삼성전자가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익명의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물량만으로는 생산에 한계를 느끼는 것으로 안다. 엔비디아 같은 구매자는 한 기업에 독점 물량을 주지 않는다. 가격 협상력 때문에라도 반드시 여러 기업에 생산 물량을 할당한다. HBM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를 공급망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이 회복하면, 생산량과 시장점유율에서 우위를 보이는 삼성전자가 다시 격차를 벌릴 확률이 높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4분기에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AI 관련 수요 증가로 메모리부터 시스템 반도체 시장까지 모두 회복세를 보인다. 특히 국내 반도체 산업 주력인 메모리는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18~2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2024년 메모리 가격은 다른 부문보다 더 높게 오를 전망이다. 고객사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제조 업체의 생산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격차를 더 크게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파운드리 가동 정상화로 삼성전자가 2024년 2분기부터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대다수 증권사가 2분기 실적부터는 삼성전자 DS 부문이 SK하이닉스를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삼성전자의)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생산능력이 떨어진다. HBM 생산을 위해 D램 생산 물량을 희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세대 메모리 HBM3E가 DDR5(일반 서버용 반도체) 대비 (반도체용 기판인) 웨이퍼를 두 배가량 소모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경쟁사들이 HBM에 집중하면 D램 수요·공급은 안정화될 전망이다. 타사 대비 높은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 수혜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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