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신동빈, 사장단에 "강력한 실행력으로 불확실성 타개"

이수정 2024. 1. 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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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 창업주 4주기를 하루 앞둔 1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 열린 신격호 명예회장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성장을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실행력 강화를 제시했다. 상반기 그룹 경영 계획을 논의하는 사장단 회의에서다. 경기 침체 속에서 대내외적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18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2024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신 회장과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 김상현 유통HQ 총괄대표(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부회장),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사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사장) 등이 자리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도 지난해 상반기부터 회의에 참석해왔다.

신 회장은 올해 국내 경제의 저성장과 글로벌 경기 침체, 국내외 정치적 이벤트 등으로 과거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룹 전체가 경영환경 변화를 주시하며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가능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와 강력한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EO 역할로는 ‘비전’과 ‘혁신’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미래를 위해 혁신하지 않으면 파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혁신의 기회가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강력히 실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메시지에서 롯데의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축인 화학과 유통 부문은 최근 몇 년간 고전하고 있다. 롯데쇼핑 매출은 2020년 16조1844억원에서 2021년 15조5736억원, 2022년 15조4760억원으로 3년 연속 줄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역시 14조6794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영업이익 추정치는 4758억원으로 2022년(3862억원)보다 증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서 오프라인으로 소비 수요가 돌아오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온라인 시장으로 확장도 쉽지 않았다. 2020년 론칭한 이커머스 롯데온은 출범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320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미미하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쇼핑 앱 월간활성이용자 수(MAU) 순위에서 롯데온은 16위(점유율은 6.4%)였다. 1위인 쿠팡(79.58%)은 물론 11번가와 알리익스프레스, 지마켓, GS홈쇼핑, 테무, 이마트 등 국내외 쇼핑 앱에 뒤졌다.

김주원 기자


그룹의 ‘효자’로 꼽히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지난해에도 롯데케미칼이 실적을 회복하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변동,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효자였던 케미칼과 쇼핑이 어려운 데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바이오는 아직 초창기”라며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지속적 투자로 위기를 타개할 방침이다. 이날 신 회장은 올해의 경영방침으로 ▶산업 내 선도적 입지 확보 ▶글로벌 사업 확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종합적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베트남 쇼핑몰 중 최단기간 매출 1000억원 달성이 예상되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처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사업과 관련해 “성장 기회가 있는 국가라면 진출과 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면서도 “불확실성이 큰 시기인 만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올 초 신년사에서도 언급한 ‘인공지능(AI) 전환’에 대해서는 “AI를 단순히 업무 효율화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혁신의 관점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달라”고 주문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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