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보다 낮은 주주환원율… 주주 배신하는 한국 증시”

김남중 2024. 1. 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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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농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주식투자자 박영옥이 투자 전문 변호사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인 김규식과 함께 쓴 대한민국 증권시장 비판서.

한국은 "합법적으로 주주 권리를 빼앗는 나라"이고, 한국 증시의 역사는 "주주 배신의 역사"라고 질타한다.

책은 한국 증시에서 주주 권리가 어떻게 박탈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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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주주 권리가 없는 나라
박영옥 김규식 지음, 센시오, 246쪽, 1만7500원


‘주식농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주식투자자 박영옥이 투자 전문 변호사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인 김규식과 함께 쓴 대한민국 증권시장 비판서. 한국은 “합법적으로 주주 권리를 빼앗는 나라”이고, 한국 증시의 역사는 “주주 배신의 역사”라고 질타한다.

먼저 기업의 이익을 얼마나 주주에게 돌려주는가를 나타내는 주주환원율을 보자. “최근 10년간 세계 각국의 주주환원율을 보면 미국이 92%에 이르고,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이 68%, 개발도상국가는 38%, 중국은 32% 수준이다. 한국은 어떨까? 고작 29%에 불과하다.”

글로벌 주요 증시 연평균 수익률도 보자.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증시 연평균 수익률이 미국 12.6%, 대만 10.3%, 인도 7.6%로 나타났다. 일본(5.9%), 중국(5.5%) 유럽(5.2%)도 모두 5.0%대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만 1.9%에 머물러 있다.”

이런 수치들은 우리나라에서 주주들이 기업의 이익을 제대로 나눠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주식회사 제도와 증권시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공유 시스템”이며 “주식투자는 기업의 경제활동 성과를 공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저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한국 증시에서 주주 권리가 어떻게 박탈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일반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는 물적분할 후 동시상장이 대표적이다. 지배주주들이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소위 ‘터널링’, 공정 가치가 아니라 시가로 산정하는 합병비율, 상장 직후 경영진들이 일제히 주식을 파는 ‘먹튀’ 등도 문제다. 오너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 때문에 주가를 일부러 낮추는 일도 빈번하다. 책은 한국에만 있는 주주 권리 침탈 제도 8가지를 지적하고, 주주 민주주의를 실현할 7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주식투자가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방법이고, 주식이 서민의 희망이 될 수 있으며, 주주 권리 보호가 국민들의 삶과 노후를 두텁게 하는 길이라는 저자들의 관점은 인상적이다. “우리 국민이 우리 기업에 투자해서 성과를 공유하는 투자 환경이 만들어지면 우리 기업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의 삶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증시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것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저평가)나 ‘부동산 공화국’을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는 안보 불안이 아니라 지나치게 낮은 배당과 과도하게 많은 사내유보금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이 미국은 3 대 7, 일본과 대만 등은 5 대 5인 반면 한국은 여전히 7 대 3 수준이라며 주식투자를 통해 정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면 부동산 쏠림은 없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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