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도 14년 만 매출 하락...그래도 삼성보단 선방한 비결은 ‘3나노 고객님’

박해리 2024. 1. 1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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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18일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지난해 매출이 2조1617억 대만달러(약91조 72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만 TSMC. AP=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도 반도체 불황을 비껴가진 못했다. 14년간 꾸준히 우상향 해오던 TSMC의 매출 곡선이 지난해 처음으로 꺾였다. 하지만 3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고객 수요에 힘입어 회사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며 삼성전자보다는 ‘순한 맛’의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일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에서만 많게는 2조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TSMC는 18일 지난해 매출 2조1617억 대만달러(약91조 72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4.5% 감소한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이후 TSMC 연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처음이다. 하지만 당초 예상(10%)보다 매출 감소 폭은 적었다. 순이익은 8385억대만달러(약 35조 5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산업 침체가 바닥을 쳤다는 또 다른 신호를 보냈다”고 진단했다.


3나노 힘입어 올해 훈풍 예상


TSMC의 실적 선방 배경에는 3나노 공정이 있다.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웬델 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3년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불황이 닥쳤지만, TSMC는 기술 리더십을 통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라며 “특히 4분기에는 업계를 선도하는 3나노 기술의 강력한 성장이 돋보였고, 4분기 웨이퍼 매출의 15%를 3나노 공정 기술이 차지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매출에 집계된 3나노 공정의 매출 비중이 1개 분기만에 6%포인트 증가했다. 실제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며, 연매출 감소폭을 저지하는 데 기여했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매출 6255억3000만 대만달러(약 26조5900억원)로 연매출의 29%를 차지했다.

3나노 공정은 현재 상용화된 가장 최첨단 칩 제조 기술이다. 3나노 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시작으로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칩,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TSMC는 삼성전자(2022년 6월)보다 3나노 공정 양산에서 다소 늦었지만, 발 빠르게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을 확보하며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는 중이다. 지난해 출시된 애플 아이폰15 프로의 AP가 TSMC 3나노 공정로 생산되고 있다.

TSMC는 올해도 3나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웬델 CFO는 “2024년에는 3나노의 매출 기여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며 경기회복에 따라 가동률 역시 올라갈 전망”이라며 “매출도 지난해보다 20%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저하고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1분기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AI·5G·고성능컴퓨팅 수요 회복이 성장을 이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는 격차 더 벌어져


삼성전자와 TSMC 모두 지난해 고비를 맞았지만, 불황에도 온도 차는 있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1조4000억원대 적자를, 이 중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반도체 실적은 많게는 2조 원대 영업손실을 봤다고 시장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파운드리 주 고객인 모바일 업체들의 시장 수요 회복이 더디면서 파운드리 가동률이 좀처럼 오르지 못한 탓이다. “올해 1분기 3나노 가동률이 85%까지 높아질 것”(디지타임즈)으로 예상되는 TSMC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는 시장 점유율과 매출 순위 격차로 이어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7.9%로, 2위 삼성전자는 12.4%를 기록했다. 점유율 차이는 45.5%포인트로 직전 분기보다 0.8%포인트 더 벌어진 것. 가트너는 전날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순위에 따라 삼성전자가 인텔에 1위 자리를 내줬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TSMC는 빠져 있는데, 이날 발표한 실적을 대입하면 TSMC가 1위, 삼성전자는 3위다. 3나노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억 달러에서 2026년에는 242억 달러로 급격히 커지고 있어, 향후 미세공정 고객 확보 경쟁이 주요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TSMC에게도 변수는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TSMC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애플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 실적 하락에 직면했다”라고 진단했다.

TSMC가 18일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고 있다. TSMC 홈페이지 캡처

3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AI반도체 수요 증가는 삼성전자에는 기회 요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메모리, 파운드리, 비메모리 사업을 동시 보유해 일괄(턴키) 솔루션이 가능하고, AI 반도체 개발 기간을 고려할 때 TSMC에 비해 지정학적 변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AI반도체 분야에서 파운드리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는 경쟁 우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TSMC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국내외 생산기지 확장 계획을 밝혔다. 마크 리우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첫 번째 팹 개소식이 다음 달 24일에 있을 예정이며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는 4분기부터 양산이 본격화될 예정이다”라며 “애리조나 4나노 라인도 내년 상반기부터 운영을 시작할 것이며, 대만 팹에서와 동일한 수준의 품질과 신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만에서도 역시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장하고 있다. 타이난 과학공원에 3나노 팹을 확장하며 내년에는 카오슝과 타이중 과학공원 등에 2나노 팹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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