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이유영·임선우의 '세기말의 사랑' [D:현장]
결핍을 가진 인간들의 솔직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갈등과 연대가 담긴 영화 ‘세기말의 사랑’이 극장가에 나선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임선애 감독, 배우 이유영, 임선우, 노재원, 문동혁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세기말의 사랑'(감독 임선애)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세기말의 사랑'은 세상 끝나는 줄 알았던 1999년, 짝사랑 때문에 모든 걸 잃은 영미에게 짝사랑 상대의 아내 유진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임선애 감독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질투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게 간단한 로그 라인이었다. 보통 반대로 생각하기 마련이지 않나. 그렇게 접근을 하며 제 안에서 각성이 일어났다. 예쁘다, 안 예쁘다는 주관적인 문제고 결국 이 이야기는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질투하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영미와 유진이 얼마나 반짝거리는 사람인지 서로를 통해 발견하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영화의 출발점을 말했다.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닌 영미를 연기한 이유영은 “초반에 숨 막히는 전개라고 생각했다. 영미의 스토리가 너무 흥미진진해서 숨도 안 쉬고 읽었다. 처음부터 정이 가는 시나리오였고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였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유영은 “영미는 자존감이 낮고 세상으로부터 두려움을 안고 사는 인물인데, 외적으로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 납득이 될 정도로 미호감인 외모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 여러 고민을 하던 차에 감독님께서 덧니를 제안해 주셨다. 연기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실제로 덧니를 끼우니 발음이 어눌해져 캐릭터에 녹아들기 좋았다”라고 영미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것들을 전했다.
유진 역의 임선우는 “영미 캐스팅이 된 후 제안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유진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난 후에는 궁금증이 생김과 동시에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임선애 감독님을 만났는데 맨드라미 꽃다발을 주면서 ‘저와 함께 할 거죠?’ 물어보셔서 꼭 해야겠다고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유진은 장애인으로, 임선우는 신체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에서 인물의 감정을 오직 표정과 언어로 표현했다. 선애 감독은 “사실 유진은 실제 근육병을 앓고 있는 친척이 모델이다. 유진처럼 예쁘고 까칠하다. 스무 살 때부터 장애를 갖게 됐는데 변하지는 않았다. 장애는 있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분을 통해 장애인을 향한 편견으로부터 각성이 일어난 적이 있어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라며 “기존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보통은 희생이나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많다. 영화에서 유진의 병명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는데, 그것 자체가 유진과 영미가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로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유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임선우는 “유진이 장애를 가진 인물이라 처음 준비할 때 부담이 있었다. 이 장애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혹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란 고민도 있었다. 감독님께서 실제 모델분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셨는데 장애를 갖고 있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분이셨다. 당시 만남이 내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던져줬다. 내가 배우로서 표현해야 할 것은 유진의 장애가 아닌, 뜨거운 심정을 가진 한 인간의 생명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웠던 점은 상대방의 눈을 보며 연기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주로 누워있거나 앉아있어도 상대방은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옆에 서 있는다. 처음으로 눈을 거의 보지 못하고 연기해 힘들었지만, 동료 배우분들이 좋은 배우들이라 정확히 어ᄄᅠᆫ 것들을 전달 줘 눈을 보지 않고도 리액션 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임선우는 이유영과의 호흡에 대해 “이번에 이유영과 연기하며 우리가 서로에게 아낌없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같이 호흡으로 만들어낸 장면들이 관객들에게도 분명히 전달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 이렇게 좋은 배우와 연기할 수 있게 해준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유영 역시 “연기할 때 상대 배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세기말의 사랑’은 (임)선우 언니와 함께하게 돼 너무 다행이었다. 유진 역할이 어려운데 언니가 유진 자체의 모습을 보여줘 이입이 잘 됐다. 언니가 화를 내는 장면이 많은데 하나도 밉지 않았고 짠하고 오히려 마음이 갔다.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임선우에게 화답했다.
노재원은 영미와 유진 사이에 놓인 남자 도영 역으로 등장했다. 노재원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도영을 연기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도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깊이 있는 인물인 것 같아서 감독님이 나를 너무 좋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라며 “결정적인 마음이 든 건, 감독님이 무조건 제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잘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출연 배경을 전했다.
노재원은 “이번에는 욕심을 내려놓으려는 시도와 도전을 했다. 너무 좋은 감독,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 자체가 설렘이었다. 뭘 안 해도 현장이 너무 좋았다. ‘세기말의 사랑’은 마음이 참 편안했다. 내 안에 저런 얼굴이 있구나란 발견도 하게 됐다”라고 팀워크를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임선애 감독은 ‘69세’와 마찬가지로 ‘세기말의 사랑’도 투자 받기 어려운 소재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이야기에 반짝거리는 부분을 발견해 줘 두 번째 독립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영화를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개봉하면 영화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남았으면 한다. 또 이 영화를 통해 출연한 배우들을 새롭게 발견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나의 큰 바람“이라고 밝혔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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