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에서 이변 썼다고? 이 선수들은 '노력' 끝에 올랐다
[박장식 기자]
▲ 지난 12월 회장배 대회 때의 전북도청 선수들. 왼쪽부터 김민서·정재희·김지수·송유진 선수. |
ⓒ 박장식 |
한국 컬링에서 '이변을 만들었다'고 하면 이 팀의 구성원 이야기는 꼭 들어가곤 한다. '믹스더블 컬링'의 인기를 견인했던 이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국가대표 선발전 4강에 '깜짝 입성'한 이변, 그리고 갓 짜여진 팀을 이끌어 역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숱한 실업팀을 이겼던 이변을 만들어냈다.
전북특별자치도청 여자 컬링팀(김민서·김지수·송유진·정재희·강보배) 선수들의 이야기다. '맏언니' 송유진 선수는 믹스더블 컬링의 인기를 끌어올렸고, 정재희·김지수 선수는 송현고 시절 2021년 한국선수권에서 4강에 올랐다. '막내 스킵' 김민서 선수도 불과 몇 개월 전 대학 팀에 막 합류하고 치른 한국선수권에서 4강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변' 아래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김지수 선수와 정재희 선수는 대학팀 창단이 불발되는 아쉬움 속에서도 컬링을 이어온 끝에 실업팀에 입단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민서 선수는 청주·의성으로 유학을 다녀온 끝에 팀에 합류했다. '컬링에 진심'인 김민서·김지수·송유진·정재희 선수를 만났다. (인터뷰 당시 강보배 선수는 팀에 공식적으로 합류하기 이전이었다. - 기자 말)
"컬링 접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친구에게 제안 받았죠"
2021년 당시 여자 고교팀으로는 유일하게 국가대표 선발전 4강에 오르며 '고교 최강팀'으로 이름을 알렸던 송현고등학교의 '팀 김지수'.(관련기사: "기말고사를..." 컬링 국대 최종예선 진출 팀의 귀여운 소감)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약속했던 대학 팀 창단이 불발되면서 정재희 선수와 김지수 선수는 졸지에 길을 잃은 신세가 되었다.
정재희 선수는 "대학 팀 창단이 불발되면서 컬링을 아예 접으려고 했다. 지난 전국동계체전 도대표 선발전까지만 하고, 스포츠마케팅 공부를 하려고 마음까지 먹었었다"라며 그 때를 돌아봤다. 그러며 정재희 선수는 "그래서 사실 전북도청 팀에서 빈 자리가 생겼는지조차도 몰랐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때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그리고 실업팀 창단 불발 이후에도 함께 뛰었던 김지수 선수에게서였다. 정재희 선수는 "지수에게 먼저 전북도청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연락이 오더라. 권영일 감독님께서도 연이어서 연락을 주셨다. 그 때 '아, 지수가 함께 간다니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지수 선수도 "다른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실업팀이 창단되면서 입단하는 것을 축하했지만, 사실 한편으로 부러웠다. 우리도 친구들이랑 열심히 하면 실업팀 입단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른 길을 가야 하나 싶은 고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꽤나 긴 기다림 끝에 지난 봄 팀에 합류하는 데 성공한 선수들. 하지만 고교 때부터 함께 했던 두 친구는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 김지수 선수는 "우리는 잘 되어서 다행이지만, (이)은채나 (강)나라처럼 오래 맞춘 친구들이 고민이 많을 것 같아 마음이 걸린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막내 스킵' 김민서 선수도 컬링을 해온 길이 쉽지 않았다. 서울 수명중학교에서 동계체전 우승 등의 기록을 썼지만, 당시 서울에는 고교 컬링 팀이 없어 고등학교 때 청주로, 그리고 대학교 때는 다시 경북으로 '컬링 유학'을 오가야만 했다. 그런 인고 끝에 실업팀에 입단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 12월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렸던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서 전북도청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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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선수가 함께하면서 이제는 3년 남짓 팀에 있었던 송유진 선수가 팀의 맏언니가 되었다. 송유진은 "팀원들이 올해 많이 바뀌었다. 그런 팀원들과 잘 맞춰서 경기하려는 생각을 했다. 팀에서 맏언니 역할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 어려움이 많았는데, 동생들이랑 이야기하고 노력하니 잘 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지수 선수도 "유진 언니는 우리를 이해도 많이 해주고 잘 맞춰주려고 해주는 언니다. 특히 고민이나 어려운 점이 있을 때 잘 풀어나갈 수 있게 길잡이를 잘 해준다"고 거들었다.
"처음 나갔던 해외 투어... 배운 점 많았죠"
전북특별자치도청은 지난 10월 캐나다 캘거리·애드먼턴에서 열리는 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 입단한 세 선수에게는 실업팀으로서 해외에서 열리는 경기에 나선 경험 자체가 처음이었다. 정재희 선수는 "배울 점이 많았고, 우리끼리 처음 합을 맞추는 것이었는데 실력도 많이 늘어서 돌아왔다"는 소감을 전했다.
어떤 점을 배웠을까. "일단 컬링장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고, 누구든지 컬링을 할 수 있는 점이 신기했다"고 운을 뗀 정재희 선수는 "특히 현지에서 훈련을 하는데, 대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컬링 자체가 문화가 되어 있어서 일반인들도 많이 와서 즐기는 문화를 배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민서 선수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을 느꼈다. 투어 대회에 나서 보니 외국 팀과의 간극을 더 줄이고 싶었다. 그랜드슬램에도 나서는 탑 티어 선수들과 다시 경기도 하고, 그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월에는 회장배 대회도 열렸다. 특히 회장배에서는 오래간만에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현장 중계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9년 겨울 열렸던 코리아컬링리그가 생각나는 경기 풍경이었다. 리그 당시 '컬링 열풍'의 주역이었던 송유진 선수에게는 어떤 감상으로 지난 회장배가 남아있을까.
송유진 선수는 "사실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신경을 쓸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아서, 보통 경기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경기 전후에 인터뷰를 할 때는 코리아 컬링리그 때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은데, 사실 오랜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얼떨떨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특히 회장배 때는 김민서 선수의 '대학 동기' 선수들, 경일대학교와 전북도청이 두 번이나 맞붙기도 했다. 경일대는 세 명의 선수들로 실업팀을 위협하며 결선까지 오르기도 했던 팀이었다. 김민서 선수는 "세 명이서 10엔드씩 다섯 경기를 했는데도 준결승에서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친구들'을 칭찬했다.
▲ 지난 12월 회장배에서는 은메달을 기록한 전북도청 선수들. 전북도청 선수들은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윗줄 권영일 감독, 아랫줄 왼쪽부터 송유진·김지수·정재희·김민서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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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청은 어느새 '소치·평창 주니어' 선수들이 주로 뛰는 팀이 되었다. 두 올림픽을 보고 자란 선수들이 이제는 실업팀의 일원이 되어 올림픽을 꿈꾸게 된 셈이다. 김민서 선수는 "스킵이 쉽지만은 않지만, 언니들이 토닥토닥해준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이제는 팀의 색깔을 멋지게 만들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정재희 선수도 "지금보다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게끔 열심히 준비하고, 더욱 실력도 끌어올려서 좋은 경기 보여주려고 한다. 지금처럼 계속 서로 팀워크를 맞추다보면 충분히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전북도청 '팀'의 목표는 어떨까. 김지수 선수가 해답을 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올해에는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이 되는 것이 목표고요. 내년에는 유니버시아드에 우리가 대표팀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2년 뒤에는 일반부 대회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은데, 한국선수권 우승해서 성인 국가대표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조금씩 자신의 목표치를 달성해 봤잖아요. 그런 경험을 토대로 조금 더 자신감있게 해 왔던대로, 앞으로 더욱 잘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러니 목표도 꼭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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