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말하다 쫓겨난 의원... "독재자도 못할 일"
[박소희 기자]
▲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하는 진보당 강성희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8일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끌려나가고 있다.진보당측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는 말을 건넨 순간 경호원들이 제지했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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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 바꾸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말한 것이 대화 도중에 끌려 나갈 일인가"라며 "'국정기조 바꾸라'는 말 한마디가 대통령의 심기에 그렇게 거슬리게 들렸나"라고 일갈했다. 그는 "무도한 대통령경호처의 행태가 분노스럽다"며 "이제 무서워서 누가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겠나. 앞으로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가지 않기 위해 대통령에게 침묵해야 하는 것인가"라고도 물었다.
"국힘도, 야당도 입틀막... 국민·언론도 그럴 기세"
임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앞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직언하지 못한다면 독재정권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이게 나라냐, 이게 민주주의냐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경호처가 국민의 목소리를 전한 국회의원을 범죄자 취급하듯 끌고 나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대통령 경호처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요구한다"며 "또한 대통령실은 누구의 지시로 국회의원이 행사장 밖에 내던져 졌는지 책임있게 답하기 바란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가 찬다. 자기 당인 국힘도 입틀막, 야당도 입틀막, 이제는 국민도, 언론도 입틀막할 기세"라고 썼다. 강훈식 의원은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이라는 것을 운운할 필요도 없고 일반 국민이라도 할 수 없는 짓을 버젓이 벌였다"며 "어떤 독재자도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국회의원이 시끄러우니 치우라는 발상은 감히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한규 의원은 '강성희 의원이 금도를 넘었다'는 대통령실을 향해 "국민들이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윤석열 대통령 경호실의 폭력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성희 의원은 전북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대의기구의 일원으로서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환을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며 "그런 강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마치 범죄자를 대하듯 자리에서 끌어내린 행위는 강성희 의원 한 명에 대한 모독을 넘어 입법부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8일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끌려나가고 있다.진보당측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는 말을 건넨 순간 경호원들이 제지했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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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강성희 의원은 일단 소리를 지르면서 대통령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대통령의 잡은 손을 자기 쪽으로 당기기까지 했다"며 "경호처에서 계속 손을 놓으라고 경고했고, 대통령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 고성을 지르며 행사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연히 경호상 위해행위로 판단될 만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강 의원을 퇴장 조치한 것"이라며 "금도를 넘어선 일"이라고도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강성희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의도된 행패와 축하 분위기를 깨뜨리려는 비상식적 행동에 대한 사과부터 하라"고 성명서를 냈다. 그는 "정치인은 할 말이 있으면 국회에서 또는 언론을 향해 얼마든지 말할 기회가 있다"며 "그러나 강 의원은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경사스러운 날, 잼버리 이후 침체된 전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참석한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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