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안 美교회서 4000만명이 떠났다, 왜?
“기독교 문화는 좋지만 일요일엔 가족끼리 오붓하게 지내련다” “예수님은 믿지만 교회 생활은 귀찮다” “목회자에게 학대를 당했다”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교회나 세상이나 별 차이가 없다”….
신앙생활을 하다 교회를 떠난 미국 기독교인이 꼽은 ‘탈(脫) 교회’의 주된 이유다. ‘이탈 교인’으로 불리는 이들의 규모는 자그마치 4000여만명에 이른다. 미국 성인의 15%에 달하는 수치다. 원서 제목대로 미국 사회에 ‘대규모 탈교회’(The great dechurching)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 현상이 하루아침에 나타난 건 아니다. 이탈 교인은 최근 25년간 서서히 증가해왔다. 목회자와 기독 매체 프로듀서, 이스턴일리노이대 정치학 교수인 저자들은 이를 “미국 역사상 가장 크고 빠른 종교적 변화”로 일컫는다. 이 거대한 시류의 원인을 파악하고 성경·목회적 대안을 제시하자는 게 이들의 목표다.
정치학자이자 목회자인 라이언 버지 교수는 온라인 여론조사기관 퀼트릭스에 의뢰해 미국 성인 1043명을 대상으로 미국의 탈교회 현상을 조사했다. 그가 정의한 이탈 교인은 ‘최소 한 달에 한 번씩 교회에 갔으나 지금은 1년에 한 번도 가지 않는 사람’이다. 이 조사에서 버지 교수는 1990년대 이후로 이탈 교인이 급속히 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때 미국 사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는 ‘소련 붕괴’ ‘극우에 결부된 기독교’ ‘인터넷의 발달’에서 이유를 찾았다. 냉전 기간 미국은 화폐에 ‘우리가 믿는 하나님 안에서’(In God We Trust)란 문구를 넣었다.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과 대적하는 미국인은 악의 화신에 맞서는 기독교인 그 자체였다. 하지만 냉전 시대가 저물자 미국인이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기독교인으로 남을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몇몇 교회가 극우 세력과 영합한 것도 탈교회 현상을 부추겼다. 인터넷 확산으로 누구의 방해 없이 기독교 외 세계관을 접하게 된 것도 이탈 교인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게 버지 교수의 분석이다.
교인 출석률이 수십 년을 걸쳐 내리막길을 걷자 문을 닫는 교회 수도 급증했다.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라이프웨이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세워진 교회는 3000곳이었지만 같은 기간 문을 닫은 교회는 4500곳에 달했다. 저자들의 지적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 교회 수는 계속 줄 것이다. 교회 수가 줄면 교회가 속한 교단과 헌금 액수도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교단의 국내외 선교기관과 학술·신학기관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문제는 이 현상이 지역사회에도 심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경영컨설팅업체 브리지스팬그룹은 “미국 주요 6개 도시에서 신앙에 기반을 둔 비영리기관이 해당 지역 사회안전망의 40%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2021년 발표했다. 탈교회 현상의 심화가 지역사회 복지 체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탈교회는 가난하고 선거권이 없는 사람 등 온갖 이유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구호와 돌봄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경고다.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3차례 설문조사 중 저자들은 ‘교회를 떠난 복음주의자’ 51%가 “교회에 돌아갈 용의가 있다”고 답한 데 주목했다. 이들의 68%는 삼위일체를, 67%는 그리스도 부활을 믿었다. 교회는 떠났어도 정통 교리는 잊지 않은 것이다. 교회 복귀 조건으로 “친구가 필요하거나 외로우면 교회에 가겠다”(38%)를 가장 많이 꼽은 것도 고무적으로 봤다. 올랜도그레이스교회 목사인 데이비스는 이렇게 외친다. “연구의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꼭 기억하길 바란다. 교회를 떠난 친구의 손을 잡고 건강한 교회로 이끌라.… 이왕이면 말로만 하지말고 교회가 포함된 우리의 삶 속으로 초대하자.”
이 외에도 저자들은 이탈 교인의 5가지 유형과 유형별 목회 대안, 교육·소득 수준별 이탈 교인 비율 등 여러 주제를 각종 수치와 함께 제시한다. 이탈 교인 현상이 더는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닌 만큼 와닿는 구석이 적잖다. ‘성도가 사라진다’는 막연한 공포가 아닌 ‘그간 교회가 놓친 가족과 이웃, 친구를 되찾자’는 구체적 목표가 담겼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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