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속 꽃핀 신앙, 종교개혁자의 흔적을 그리다

양민경 2024. 1. 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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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톨릭교회 개혁을 요구하다 순교한 종교개혁자 얀 후스는 체코의 대표 위인 중 한 명이다.

최근작 '누가 하나님의 사람인가'(꽃자리)엔 마르틴 루터와 필립 야콥 슈페너 등 종교개혁자 8명의 흔적이 배인 공간과 기념물을 묘사한 그림이 빼곡하다.

이 원장은 "교회 벽돌 한 장, 동상의 대리석 한 조각에도 종교개혁자의 신앙이 담겼다"며 "어느 하나 허투루 그릴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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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나님의 사람인가/박경수 글/이근복 그림/꽃자리
이근복 원장이 그린 체코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 있는 종교개혁가 얀 후스의 동상. 동상 아래에는 체코어로 '서로를 사랑하라. 모든 이들 앞에서 진실을 부정하지 말라'는 생전 그의 말이 적혀있다. 꽃자리 제공

로마가톨릭교회 개혁을 요구하다 순교한 종교개혁자 얀 후스는 체코의 대표 위인 중 한 명이다. 후스가 화형당한 날이 국가 공휴일일 정도로 그를 향한 체코 민족의 존경은 엄청나다.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엔 비탄에 빠진 민중 가운데 홀로 우뚝한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의 고향 후시네츠에도 기념 동상이 있는데 어딘가 독특하다. 한없이 엄숙해 보이는 프라하 동상과는 달리 푸근한 느낌을 준다. 세밀화로 책을 낸 이근복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의 눈에 이 특징이 들어왔다. 그가 2016년 종교개혁지 현장답사 때 마주한 후시네츠의 후스 동상을 따스하게 표현한 이유다.

스위스 제네바의 공동묘지에 묻힌 장 칼뱅의 소박한 묘지. 이근복 원장의 작품으로 그가 꼽은 책 속 명장면 중 하나다. 꽃자리 제공

국내 교회 72곳을 ‘붓펜담채화’ 기법으로 화폭에 담아온 이 원장이 다시 붓을 들었다. 이번엔 종교개혁지 풍경이 소재다. 최근작 ‘누가 하나님의 사람인가’(꽃자리)엔 마르틴 루터와 필립 야콥 슈페너 등 종교개혁자 8명의 흔적이 배인 공간과 기념물을 묘사한 그림이 빼곡하다. 그림과 함께 실린 글은 2016년 현장답사에 동행했던 박경수 장로회신학대 역사신학 교수가 썼다. 책은 2021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기독 잡지 복음과상황에 연재한 내용에 그림과 글을 추가해 펴냈다.

이 원장이 그린 독일 보름스 성당. 마르틴 루터가 황제와 제국 앞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곳으로 유명하다. 1521년 이곳에서 열린 제국의회에서 루터는 "나의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붙들려 있습니다. 양심을 거스르는 일은 안전하지도 옳지도 않습니다. 하나님 나를 도와주소서"라고 말한 뒤 입장 철회를 거부했다. 꽃자리 제공

종교개혁을 다룬 수많은 저작 가운데 이 책이 특별한 건 ‘눈으로 보는 종교개혁서’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정릉감리교회(한희철 목사)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글보다 그림이 먼저인 책이다. 글은 그림을 묵상하는 데 보조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처럼 세밀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 원장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며 “사진을 보며 세밀하게 그림을 그리는 그 시간 자체가 그분께는 곧 기도의 시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복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정릉감리교회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원장과 책을 공저한 박경수 장로회신학대 역사신학 교수.

붓펜과 가는 붓으로 밑그림을 그린 뒤 물감으로 채색해 그림을 완성하는 이 원장의 작업 소요 시간은 평균 20~30시간 정도. 다각도의 사진을 확대해 최대한 세밀히 묘사하기에 오래 공을 들인다고 했다. 이 원장은 “교회 벽돌 한 장, 동상의 대리석 한 조각에도 종교개혁자의 신앙이 담겼다”며 “어느 하나 허투루 그릴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책을 준비하며 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다 회전근개 파열을 얻어 고생했다”며 “(박 교수님이) ‘작업 시간이 기도의 시간’이라고 했는데 사실 어깨 낫게 해달라는 기도를 가장 많이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책에는 “한겨울 폭풍한설을 견디고 핀 꽃처럼 모진 박해 속에서 지킨 믿음” “거짓과 진리 앞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따를 것인가” 등 종교개혁가의 궤적으로 한국교회의 현재를 반추하는 문구가 각 장에 들어갔다. 이 원장은 “책 제목 자체가 현 한국교회에 던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혁 신앙을 추구한 신앙 선배의 본을 따라 사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자기 삶을 온전히 하나님께 드린 종교개혁자를 보며 ‘내가 하나님을 기쁘게 하랴, 사람을 기쁘게 하랴’던 갈라디아서 1장 10절 말씀이 떠올랐다”며 “사람보다 세상보다 하나님의 마음에 더 민감한 이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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