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근절법 발의…野, 도망가지 말라"

전민구 2024. 1. 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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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국민의힘은 출판기념회 형식을 빌어서 정치자금을 받는 관행을 근절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책값보다 훨씬 큰돈을 받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받는 것이 사실상 허용돼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찬성하면 바로 입법될 것이고, 반대하면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승리해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정치자금 수금회’로 불려왔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돈을 걷는 게 목적인 만큼 의정보고서와 보도자료, 사진, 언론 보도 자료 등을 모아 자서전 분량을 채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수준의 책조차 정치인이 직접 쓰는 경우는 드물고 대필 작가와 보좌진 등 ‘그림자 작가’가 돈을 받고 대신 써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관행은 이번 4·10 총선의 공직 사퇴 시한(선거 90일 전, 1월 11일) 직전에 사직한 전직 고위 관료 출신들에게도 반복됐다. 〈중앙일보 1월 18일자 1·8면〉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 중앙일보 보도 직후 한 위원장이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법’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금 통로인 출판기념회 규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 출판기념회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2014년엔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며 용두사미로 끝났다. 20대 국회 때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아예 법안 발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여야가 돈벌이에는 합심”이란 비판을 받았다.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들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과거 이런 논의가 있다가 흐지부지됐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왜냐하면 국민의힘은 진짜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고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은 이 이슈에서 다른 소리를 하면서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며 야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위원장의 개혁 의지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은 “출판기념회의 문제점에 동의한다”며 “본질과 벗어난 부분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갑에 출마하려는 신지호 전 의원도 “출판기념회는 치외법권 지대에 있다”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선 이상 국민의힘이 먼저 나서 출판기념회 수금을 법으로 금지하는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찬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국민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이야말로 출판기념회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 잡을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된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법’은 지난달 26일 한 위원장 취임 이후 다섯 번째 정치 개혁안이다. 한 위원장은 그동안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형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국민의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을 개혁안으로 제시했다.


한동훈 “총선까지 완전히 소모되겠다”

한 위원장은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민의힘에 온다고 하니 주변에서 ‘너무 빠르다. 이미지를 그렇게 소모하면 안 된다. 너는 소모 당할 것’이라고 충고했다”며 “저는 총선일인 4월 10일까지 완전히 소모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은 누가 더 국민에게 절실하게 다가가느냐에 승부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정말로 절실하기 때문에 정말로 특권 내려놓기 정치 개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또, “저희는 국민이 무섭고 국민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정치 개혁을 하는 것이 맞다”며 “지금 우리가 막으려는 세력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은 세력으로 우리는 다르다”라고도 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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