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감세 논란… 대통령실 "경제 왜곡 없는 선에서 세제개선"(종합)
성태윤, 상속세 완화에는 "당장 아냐… 국민 합의 논의"
저출산 문제, 전 정부와 다른 길… '일·가정 병립' 확산
"의대 정원 확대 반드시 필요"… 특정 숫자 제시 안해
대통령실은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내놓은 감세 정책 기조에 대해 "대규모 세수 축소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선 네 차례의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제시한 다주택 중과세 완화, 금융투자 소득세 폐지 등을 언급한 것으로, 규제 관련 비용을 줄여주는 게 경기 대응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논리다. 특히 정부가 검토하는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기보다는 '일과 가정을 병립할 수 있는 근로 형태' 확산을 정책 기조로 삼겠다고 전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각각의 세금 중에 경제적 왜곡 현상이 심하고 세수를 크게 감소시키지 않는 세원을 발굴하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尹 대통령, 잇단 감세 정책 제시… 민주당은 실현 가능성 우려하며 "가는 곳마다 감세안" 지적
윤 대통령은 이달 초부터 주택, 반도체, 금융 분야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며 다주택 중과세 완화, 상속세 인하, 증권 거래세 인하, 금융투자 소득세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가뜩이나 줄어든 올해 세입을 더욱 감소시키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제도를 손봐, 국민 세금 부담은 줄이고 시장 활성화를 끌어내겠다는 취지지만, 실현 가능성 자체에 우려를 전했다.
유동수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근 윤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세법, 감세안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이 세법 내지 경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정책을 남발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세입을 결정할 세법이 통과된 지 한 달도 안됐다"며 "올해 세법을 깎아줄 거라면, 작년 세법 개정안에 담아 왔어야 한다. 지금 당장 선거용 감세정책을 논의할 거라면, 올해 세액 경정 감액 추경안도 함께 가져와야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대규모 세수 축소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성 실장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있었던 불합리한 요소들을 최대한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는 것"이라며 "규제도 무조건 다 없앴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높은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는 쪽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민생토론회에서 언급한 상속세 완화 방침을 시사한 대목에 대해서는 "다중과세 체계를 개편하는 형태로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단 것이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우려했다. 이어 "상속세는 국민들이 합의해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며 "일방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선 세원 확보가 매우 어려워 상속세로 주요 재원을 확보했다"며 "그러나 현재는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세원이 포착돼 소득세 등을 이미 세금으로 낸 후 다중형태로 세금을 내는 부분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윤 대통령이 '과도한 세제를 개편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 관련 이슈와 세금 관련 이슈"를 중요한 요인으로 꼽으며 "제도 개선을 통해 이 부분을 해결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산 쏟아붓는 저출산 문제 해결 지양… "과다 경쟁 줄이고 유연한 형태의 근로 문화 확산"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전 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출산율 반등을 위해 각종 정책을 마련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기보다는 교육·업무 등 경쟁 사회를 부추기는 시스템을 손보고, 지역에도 일자리를 확충하는 등 ‘아이 갖기를 꺼리는 사회 분위기’부터 반전시키겠다는 취지다.
성 실장은 "출생률 문제는 현재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에도 중요해서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과다 경쟁 해소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국무회의와 지난 1일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한 내용이다. 이어 "출생률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과다 경쟁을 줄여야 한다"며 "유효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경쟁은 중요하지만 과다한 경쟁 과정에서 아이를 낳기 어려운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다한 경쟁을 줄이고, 지역이 서울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족과 잘 살고 직장을 구하고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출생 해결에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도 내놨다. 아울러 "유연한 형태의 근로 형태, 남성이든 여성이든 가정생활이 병립되면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또 하나의 저출생 문제의 중요한 고리"라고 덧붙였다.
저출산·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요소로 꼽히는 의료인력 확충과 관련해서도 성 실장은 "의대 정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025학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달라고 대한의사협회(의협)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이달 9일 제안한 ‘350명 증원’을 두고는 국민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성 실장은 "지역에서 응급 의료를 포함한 기본적인 치료를 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위한 인력 문제다. 사회구조적 문제 속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의료·보건도 우리나라의 산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인력을 수용할 부분을 만들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특정 숫자를 제시하지는 않기로 했다. 관련 단체들과의 합의와 사회적 관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성 실장은 "각각의 관련 단체 내지 이해관계자에게 어느 정도의 인력을 필요로 하는지, 어느 정도 인력을 생각하는지 제출하게 하는 과정은 필요하고, 수요 조사와 일종의 인력 분석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모두가 합의할 형태의 인원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대한민국의 미래에 가장 적절한 인원수는 얼마일까’라는 관점에서 정해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등 과학기술 분야에도 인재가 부족한데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해지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른 분야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부분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참고로 각 대학에 반도체 학과 인력을 증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중이고, 등록금 부담을 줄여 줄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Z칼럼]한강 작가도 받지 못한 저작권료와 저작권 문제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
- '북한강 시신 유기' 현역 장교는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아시아경제
- "수지 입간판만 봐도 눈물 펑펑"…수지 SNS에 댓글 남긴 여성이 공개한 사연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석유는 신의 선물이야"…기후대책 유엔회의서 찬물 끼얹은 사람 - 아시아경제
- 바이크로 수험생 바래다주던 송재림…"화이팅 보낸다" 격려도 - 아시아경제
- '이렇게 많은 돈이' 5만원권 '빽빽'…62만 유튜버에 3000억 뜯겼다 - 아시아경제
- "저거 사람 아냐?"…망망대해서 19시간 버틴 남성 살린 '이것' - 아시아경제
- 올해 지구 온도 1.54도↑…기후재앙 마지노선 뚫렸다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