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이준석, 신당에 뼈 묻을 각오…이낙연과 합쳐야 성공" [인터뷰]
“이낙연·이준석 신당이 반드시 단일 정당으로 합쳐야 제3지대가 총선에서 성공할 수 있다.”
조기숙 이화여대(국제학) 교수의 지론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 교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의 물밑 조언자이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가깝다. 이른바 '낙준(이낙연-이준석) 연대'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펴낸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에서 여야 탈당파와 이 위원장 등이 결합한 신당을 내다보기도 했다.
17일 이대 연구실에서 조 교수를 만나 제3지대 전망을 물었다. 조 교수는 “시대정신만 일치하면 세부 정책이 달라도 합칠 수 있다”며 “제3지대 인사들은 정책이 100% 일치해야 합칠 수 있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Q : 이준석 위원장 조언자로 나선 계기는
A : “한때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골수 지지자였던 아들이 지난 대선 때 ‘이준석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뽑았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이 위원장에게 관심을 갖고 소통하게 됐다.”
Q : 어떤 이야기를 했나
A : “이 위원장은 신당에 뼈를 묻을 각오다. 향후 국민의힘에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더라. 신당이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고했다.”
Q : 이 위원장은 이낙연 전 대표와의 연합에 신중한 것 같다.
A : “‘이 전 대표 측이 입장을 바꿔야 합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민주당 탈당파는 당론을 무조건 강요하는 게 싫어서 당을 나왔다. 이 위원장이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제3지대 신당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양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신당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강성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탈당파를 겨냥해 “배신을 처단해야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Q : 왜 신당에 힘을 싣나
A : “양당 대결로 가면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당이 나와야 그 구도를 흔들 수 있다.”
Q : 왜 여당이 우세하다고 보나
A :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부 심판론에 공감하는 이들 중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기대감을 가진 이들도 있다. 일부는 여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친명 일색인 민주당에 염증을 느낀 중도 진보층은 기권하면 했지 민주당에 표를 던지지 않을 거다.”
Q : 민주당 현역 의원 탈당이 예상보다 적다는 의견도 있는데
A : “현실 정치를 하는 이들이다. 공천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결단 내리기가 쉽지 않을 거다. 다만, 민주당의 몰락에는 친명계 의원들보다 침묵한 비주류 의원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정치권에서는 굵직한 분파만 6개에 달하는 제3지대 인사들이 과연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젠더 이슈 등 예민한 사안을 놓고 이 위원장, 이 전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류호정 의원 지지층이 충돌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Q : 잡음 없는 연합이 가능할까
A : “먼저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 전 대표와 미래대연합이 힘을 합치고 다른 신당도 결합한 뒤에 이 위원장의 개혁신당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 만약 합치지 못한다면 지지가 분산돼 파괴력이 확 떨어질 것이다.”
Q : 비례대표 의석 배분도 민감한 사안인데
A : “우리 편이 한 자리라도 더 얻겠다는 모습을 보인다면 치명적이다. 전체 파이를 키우겠다는 애티튜드(attitude·태도)가 중요하다.”
Q : 젠더 이슈에 대한 시각차도 쟁점이다
A : “이 위원장을 지지하는 20·30대 남성들의 반(反)페미니즘 기류를 제3지대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신당이 남녀 갈등을 조장해서도 안 되겠지만, 남성을 혐오하는 수준의 극단적 페미니즘과는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현실 정치에 직접 등판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늘 ‘시민사회를 지켜야 소신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내게 강조했다“며 “내가 정치권 밖에 있어야 이낙연·이준석 모두에게 쓴소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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