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게 대한민국 저출생”

김재산 2024. 1. 1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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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지사, 18일 ‘저출생과의 전쟁’ 주제로 끝장토론 진행
18일 경북도청 화백당에서 ‘저출생과의 전쟁’을 주제로 2024년도 경북도청 업무보고가 진행된 자리에서 이철우 경북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재앙적 수준인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을 지방정부 중심으로 대수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 경북도청 화백당에서 ‘저출생과의 전쟁’을 주제로 2024년도 경북도청 업무보고가 진행된 자리에서 이철우 도지사는 “그동안 중앙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은 수도권 중심, 백화점식 정책들로 저출생의 근본원인인 지나친 경쟁사회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지방정부 중심으로 저출생 대책을 마련하는 정책구조로 전환하는 대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정부는 지난 15년 동안 38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만족할만한 출산율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추세라면 2100년이 되면 인구가 2106만명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유엔 세계인구전망이 나온 것은 벌써 2019년인데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출산율은 0.7까지 곤두박질 치고 있다.

경북도는 이날 그간 중앙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은 무늬만 저출생 정책이라 규정하고 지방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이 수립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추가재원 마련과 예산의 포괄적 이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저출생 대책과 관련해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실패사례와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양상을 띤다”며 “실행력 없는 위원회 조직, 중앙부처 중심의 정책설계, 지방정부의 권한과 예산 부재가 저출생 대책의 실패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저출생 예산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제1차 저출산 기본계획’에서는 가족여가진흥이라는 이름으로 템플스테이 운영, 종교문화 행사지원 예산이 저출생 예산으로 잡히는 등 저출생 문제 해결과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없고 효과성도 낮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경북도 제공

가장 최근인 ‘3차 기본계획’에도 고성장 기업에 대한 R&D와 대학에 대한 인문역량 강화사업 등 인과관계가 약한 사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그간 국가균형발전도 연간 5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지만, 인구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살 정도로 수도권 집중은 심화됐고 지방은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실행력 없는 균형발전위원회와 중앙부처 중심의 정책패러다임을 고치지 않는 한 해답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경북도는 저출생 대책과 관련해서도 해법은 지방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사회전반에 결혼을 위해 필요한 보금자리, 양육비용 등이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졌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지방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 9490만원이며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억 6557만원이다. 서울과 지방의 가격 차이는 10억원이 넘고 5배나 가까이 차이난다.

아직 경제적 자립이 되지 않은 20대들에게 내집을 마련해 결혼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이 지사는 “안정된 보금자리가 저출생 대책의 첫 번째 해법이고 안정된 보금자리가 준비된 지방으로 젊은이들이 내려오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경북도 업무보고는 새해 들어 경북도청 전 실국과 출자출연기관 전체가 자기업무영역에 관계없이 전문가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다.

일·보금자리 대책, 결혼․출산지원 대책, 완전 돌봄, 일가정 양립 그리고 외국인 정책까지 포함한 266개의 정책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제안자들이 직접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업무보고에서는 266개의 과제 중 대표적인 10개의 과제가 발표됐으며 싸고 좋은 주거안정정책, 외국인도 출산·보육 동등하게 지원, 결혼에 대한 메가톤급 지원정책 등이 보고됐다.

완전 돌봄을 위한 공동체 중심의 돌봄 정책을 위해 아이 돌봄 시범타운 조성과 사교육비 등 목돈이 드는 시기에 대비해 부모와 지방정부가 함께 적금처럼 적립하는 공제제도 도입을 위한 아이디어도 발표됐다.

이 지사는 보금자리 정책과 완전 돌봄 정책을 한곳에 집중투자해 국가적으로 모범이 될 수 있는 ‘저출생 극복 시범도시’를 만들자는 구상을 제시했고 관련 정책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도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대한민국 저출생 문제는 사회전체의 구조적 문제인 만큼 국가전체를 대개조 한다는 총제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제공

향후 경북도는 ‘저출생극복 비상대책TF’를 구성해 분절적인 정책추진체계를 극복하고 제안된 아이디어를 ‘저출생 극복 정책메뉴판’ 형태로 만들어 실제 예산에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는 저출생은 “우리나라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수도권 집중과 경쟁사회로 인해 발생한 역사가 응축된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으로 마을단위에서부터 근면과 자조의 정신을 심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국민적 자신감을 회복한 경험을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경북연구원과 함께 별도의 팀을 구성해 연구하고 경북도에서부터 저출생 극복을 위한 운동본부를 구성해 국가전체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는 구상도 밝혔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 저출생 문제는 사회전체의 구조적 문제인 만큼 국가전체를 대개조 한다는 총제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면서 “경북도가 저출생 극복 시범도시 같은 다양한 정책실험을 통해 지방을 아이 낳고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들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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