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랭킹 100위권 만나도 졸전…‘모래알’ 중국 축구의 예견된 부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서 중국 축구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100위권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잇단 졸전을 펼치며 자국 팬들에게 또 한 번 큰 실망을 안겼다. 과거 ‘축구굴기’를 내세우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도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근본적인 개혁 없이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만 땜질식 처방에 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9위 중국은 17일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107위)과의 대회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헛심 공방 끝에 0-0으로 비겼다. 지난 13일 타지키스탄(106위)과의 1차전에 이어 FIFA랭킹 100위권대 상대팀과 두 경기 연속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치른 세 차례 A매치를 모두 진 것까지 포함하면 최근 5경기 연속 무승이다. 중국은 앞서 한국과 치른 2026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맞대결에서 졸전 끝에 0-3으로 완패했다. 이후 오만에 0-2, 홍콩에 1-2로 졌다. 특히나 완승을 기대한 홍콩전에서 지난 1985년 이후 39년 만에 덜미를 잡히며 선수단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아시안컵 본선 두 경기에서 각각 승점 1점씩 벌어 A조 2위에 자리매김했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가 우승후보 카타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승점 추가와 16강 진출을 낙관할 수 없다. 중국 언론들은 “2019년 아랍에미리트 대회 8강에서 이란에 0-3으로 완패한 것을 포함해 아시안컵 본선에서 3경기 연속 무득점한 건 1976년 이 대회에 참가한 이후 역대 최악의 결과”라면서 “결선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한다면 감독 교체를 포함해 대표팀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벌써부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중국 축구 부진의 표면적인 이유는 골 결정력 부족이다. 타지키스탄전에서 10개, 레바논전에서 15개의 슈팅을 각각 시도했지만, 단 한 골도 만들어내지 못 했다. 레바논전 후반 20분 중국 간판 공격수 우레이가 상대 골키퍼 실수를 틈타 잡은 득점 찬스에서 텅 빈 골대 밖으로 슈팅한 건 ‘해결사 본능’이 떨어지는 중국 축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골 결정력 부족은 팀 단위 전술수행 역량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약속된 플레이’를 포함해 정교한 패스워크가 부족하다 보니 설익은 찬스에 슈팅을 난사해 기회를 날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 중국 수퍼리그 지휘봉을 잡은 A 감독은 “직접 가르쳐보니 개인 기량이 기대 이상인 중국 선수들이 여럿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선수들에 비해 조직적 움직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면서 “차원 높은 전술을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수퍼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수비수 B는 “수비 파트너에게 협력 수비를 위한 기초적인 움직임부터 가르쳐야했다”면서 “중국대표팀 발탁 이야기가 나오던 선수임에도 기본기에 해당하는 부분이 허술해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해법으로는 ‘지도자 역량 강화’가 첫 손에 꼽힌다.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은 결국 지도자의 몫인데, 그간 중국 축구는 선수에 집중하느라 능력 있는 지도자를 길러내는 일에 대해서는 투자가 인색했다.
과거 광저우 헝다의 전성기 시절 지휘봉을 잡았던 이장수 감독은 “중국이 축구에 돈을 쏟아 붓던 시절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비롯해 유럽의 명문 클럽 지도자들을 데려와 선수들을 가르쳤다”면서 “유럽식 훈련을 받아들인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훈련의 의미와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그저 따라하는데 그치다 보니 그들이 떠난 뒤 중국 지도자들에게 남은 유산이 많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중국 축구계의 분위기 또한 축구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분석이다. A 감독은 “계약 당시 구단 측이 계약서에 ‘시즌 도중 3연패 이상을 하면 언제든 경질할 수 있다’는 등의 독소조항을 집어넣어 이를 지우느라 애를 먹었다”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팀을 조립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 하는 상황에선 지도자가 ‘경쟁력 강화’보다 ‘지지 않는 축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A 감독은 “아시안컵 개막 이전부터 일부 중국 매체들이 대표팀 감독 교체를 거론하며 선수단 분위기를 가라앉혔다”면서 “지도자를 신중히 선정하되, 한 번 지휘봉을 맡기면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보장해야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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