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 분야" 협력 위협하면서…말로만 "외교적 긴장 해결" 철면피 북ㆍ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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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급박한 문제 논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과 최선희가 전날 "한반도 상황을 비롯한 양국 관계, 그리고 가장 급박한(pressing) 국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가장 급박한 국제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협의에서도 포탄부터 탄도미사일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는 북ㆍ러 무기 거래를 심화할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측이 "민감한 분야", "가장 급박한 문제" 등 우회적 표현을 쓰며 군사 협력 강화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양국 밀착의 '은밀성'을 과시하며 서방을 압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과의 모든 무기 수출·입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돼있다는 국제사회 비판을 의식해 명시적 언급은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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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중에 '정치·외교적 해결' 언급
한편 최선희는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기 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도 회담했다. 이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양국은 미국과 그 동맹의 무책임한 도발적 행위로 인한 역내 긴장을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전쟁 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하겠다"며 한반도 '영토 완정'(完整) 의지를 피력한 직후 러시아와는 재차 정치·외교적 해결의 공감대를 유지한 셈이다.
한반도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은 중국과 러시아가 과거부터 줄곧 강조하던 원칙이다. 지난해 10월 라브로프 장관이 방북한 후에도 러시아 외무부는 "역내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에 대한 북ㆍ러의 공약을 확인했다"며 같은 표현을 썼다. 그러나 이후 양국 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 군사 협력은 날로 심화하기만 했다. 이날 북ㆍ러가 "정치·외교적 해결에 대한 공약"을 언급한 것도 실제로는 진정성 없는 '면피성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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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보도선 빠져…"공동행동 적극화"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북ㆍ러 외교장관 회담 소식을 전하며 "지역 및 국제 문제들에서 공동행동을 적극화하기 위한 심도있는 의견 교환을 진행하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측 발표와 달리 정치·외교적 해결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북한이 밝힌 "공동행동 적극화"는 러시아와 연대를 통해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대한 공세 정책을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북ㆍ러가 군사적 해결이 아닌 외교적 해결을 원론적으로 언급한다고 해서 기존 입장이 바뀐 건 전혀 없다"며 "안보리 등에서 미국과 계속 각을 세우는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이 각종 군사 도발로 미국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반기기 때문에 양국 간 협력은 갈수록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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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북·러 밀착에 우려
한편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선 한ㆍ미ㆍ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열렸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모두 발언에서 "북한이 최근 대남기구 폐지 계획을 발표하고 한ㆍ미에 책임을 전가하는 낡은 전술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판 쇄국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최근 북한의 호전적 레토릭이 특히 한국을 향해 늘어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한반도에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날 3국 협의는 미국 측 전임자인 성 김 전 대북특별대표(Special Representative for the DPRK) 퇴직 후 미국이 해당 직함을 '대북고위관리'(Senior Official for the DPRK)로 바꾼 뒤 처음으로 열렸다.
나마즈 히로유키(鯰博行)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지난해부터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획득한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수차례 사용했다"며 "무기 수출의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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