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차 대중화 갈림길…가격경쟁력 중요해져"
올 한해가 전기차 보급 대중화를 위한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주요 선두권 업체가 주도한 가격 경쟁이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는 가운데 기존 내연기관 보급형 모델과 엇비슷한 수준에서 전기차를 시장에 공급하는지가 대중화 과정에서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은 18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로 연 세미나에서 "테슬라가 지난해 초 중국·미국에서 전격적으로 전기차 가격을 내린 후 가격 인하 경쟁이 지속됐다"며 "이번 가격 경쟁은 BEV 대중화 과정에서 ‘구매 가능한 가격대’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은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초입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는 정책 주도 아래 혁신기술을 선호하는 일부 얼리어댑터 중심으로 시장이 만들어졌다. 테슬라는 올해 1월 주요 차종인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중국에서는 1년 전에 비해 1.7~7.8%, 미국에서는 17.0~33.3% 정도 낮췄다. 이에 중국 현지 브랜드나 미국 경쟁사도 발맞춰 가격을 내렸다.
보급 초기 단계인 만큼 전기차 가격은 비슷한 급 내연기관보다 비싼 편이다. 개발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중국 전기차 업체나 기존 완성차 제작사에선 저가 보급형 모델을 하나둘 선보이고 있다. 테슬라와 1위를 겨루는 비야디(BYD)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씨걸을 7만4000위안(약 1400만원)에 내놨다. 4만대 가까이 팔려 중국 내 4위에 올랐다. 유럽에서도 르노 다치아가 소형 SUV 스프링을 1만7000유로(약 2500만원)에 내놔 5만대가량 팔았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321만대(PHEV 포함) 정도로 1년 전보다 32%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1646만대 정도가 될 것으로 봤다. 전체 신차 판매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인 전동화 침투율은 올해 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PHEV 시장을 주도하는 반면 순수전기차 시장에서는 미국과 서유럽의 영향력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 세계 완성차 시장은 회복세가 지난해에 견줘 다소 둔화할 것으로 양 실장은 전망했다. 지난해 전 세계 신차 판매량은 8280만대 정도로 추산돼 전년 대비 9%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는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대기수요 소진으로 전체 판매량도 1.6% 정도 늘어난 8412만대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시장별로 보면 미국이 2.0%, 유럽이 2.7%, 중국이 0.7% 정도로 지난해보다 성장세가 떨어질 것으로 봤다. 특히 우리나라는 할부금리 부담, 소비심리 회복 지연 등이 맞물려 신차 판매량이 2.2% 정도 줄어든 167만대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시장 위축은 후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완성차 업체 수익성은 떨어질 전망이다. 폭스바겐그룹에서 수익성을 견인하는 포르셰는 중국 내 사업부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제너럴모터스는 임금인상, 자율주행사업 손실반영 등으로 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테슬라 역시 주요 제품 가격을 내린 데다 시설·연구개발 투자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반면 도요타는 판매 호조, 환율효과 등으로 이익을 많이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업체마다 비용 절감, 전기차 속도 조절, 신차 축소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로 발돋움한 중국은 해외 공장을 늘리거나 유럽·일본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식으로 전 세계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양 실장은 내다봤다. 차량 내 사용자 경험을 차별화하는 연결성(커넥티드카)이 한층 중요해지는 한편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역시 올 한해 꾸준히 지속될 전망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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