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흥국생명… 우승 간절한 김연경은 어쩌나
여자배구 흥국생명이 흔들리고 있다. 우승이 간절한 김연경(36)은 다시 한 번 고난을 이겨낼 수 있을까.
흥국생명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졌다. 흥국생명은 18승 6패(승점 50)로 올스타 휴식기에 들어갔다. 한 경기를 적게 치른 1위 현대건설(18승 5패·승점 55)과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남은 12경기에서 추격하지 못할 격차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 1·2라운드에선 11승 1패를 기록했으나, 3·4라운드에선 7승 5패에 그쳤다. 특히 봄 배구에서 만날 확률이 높은 현대건설과 3위 GS칼텍스 상대로 모두 졌다.
경기 내용도 좋지 않다. 김연경의 공격 부담을 덜어주던 아포짓 스파이커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아시아쿼터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 중 두 번째로 득점(501점·7위)이 적다. 가장 적은 정관장 지아는 리시브까지 가담하는 아웃사이드 히터다. 팀내 최다 득점자가 국내선수(김연경·520점)인 팀도 흥국생명이 유일하다.
옐레나는 V리그 3년차다. 2021~22시즌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에서 뛰었고, 지난 시즌부터 핑크색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엔 득점 3위를 기록하면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나, 올 시즌은 득점도, 공격성공률(42.79%→39.98%)도 떨어졌다. 결국 GS전에선 선발에서 제외됐고, 교체로 투입됐다. 이날 경기에선 무난한 모습이었으나, 맹활약으로 승리를 이끈 GS 지젤 실바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경기력 외적인 부분도 문제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알다시피 옐레나는 지금 경기력이 좋지 않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경기력이 안 좋아도 동료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이 직접 말할 정도로 팀 케미스트리에 영향을 줬다는 거다. 팬들도 외국인 선수 교체를 원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단도 고려했지만, 트라이아웃을 신청한 선수만 데려올 수 있어 여의치 않았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이 2위를 지키고 있는 건 김연경 덕분이다. 김연경은 득점 5위, 공격성공률 2위, 후위공격 3위, 리시브 6위 등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김연경도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이다.
12일 도로공사전에서 공격성공률(56.3%)을 찍으면서 28점을 올려 승리를 이끌었지만, GS칼텍스전에선 40.82%로 낮아졌다. GS는 김연경 쪽에 수비의 포커스를 뒀다. 블로킹 2개, 서브득점 1개까지 23점을 올렸지만 김연경 혼자서 이길 순 없었다. 리시브 범실도 1·2라운드 합쳐 2개였는데, 4라운드에서만 6개나 기록했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도 챔프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프리 에이전트(FA)가 되면서 이적도 고려했지만, 다시 한 번 흥국생명에 남았다. 공식적으로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1년 계약(7억7500만원)을 맺은 건 '우승 후 은퇴'를 시사했다. 하지만 올 시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악재만 있는 건 아니다. 가나계 일본인 선수인 아시아쿼터 도코쿠 레이나가 원래 포지션인 날개공격수로 나서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리시브는 불안하지만, 탄력을 살린 공격은 일품이다. 부상 때문에 힘들어했던 미들블로커 김수지와 리베로 김해란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올스타 휴식기란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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