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AI’ 주권 인정받은 네이버…‘유럽 AI 연합’ 가입

최유리 2024. 1.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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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클라우드, 유럽 AI 연합 가입
신뢰할 수 있는 AI 사례로 소개
중동 이어 유럽서 '소버린 기술' 인정

네이버가 유럽 인공지능(AI) 전략을 짜는 민관 씽크탱크 ‘유럽 AI 연합’에 지난해 가입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발표한 이후 가입을 승인받은 것이다. 미국·중국 기업이 아닌 제3의 선택지를 원하는 유럽에서 한국의 AI가 ‘소버린(Sovereign, 자주적) 기술’로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유럽에서 존재감을 확보해 중동 시장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17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8월 유럽 AI 연합에 가입했다. 이 연합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18년 꾸린 조직이다. 각국 기업과 학계, 전문가, 당국 관계자 등 6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유럽 AI 발전 전략이나 정책을 수립할 때 정책 자문 기구인 ‘AI 고위 전문가 그룹(AI-HLEG)’과 함께 의견을 개진하는 역할을 한다. AI에 대한 최초의 규제인 ‘AI 액트(AI ACT)’ 논의에도 참여했다. 매년 정기·비정기적인 회의를 열고 AI 정책과 개발 사례를 논의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23'에서 초거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한 거대언어모델 '하이퍼 클로바X'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네이버는 2022년부터 유럽에서 존재감을 알리고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기 위해 가입을 추진했다.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AI 윤리에 대한 연구를 공유하겠다며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실제 가입까지는 1년 이상이 소요됐다. 지난해 하이퍼클로바X가 출시된 이후에 승인을 받았다. 연합 홈페이지에는 하이퍼클로바X가 ‘신뢰할 수 있는 AI 실증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네이버가 유럽 AI 연합에 들어갔다는 것은 우리나라 AI가 주권적 기술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소버린 기술은 이용국가의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현지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각국 정부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자사 기준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소버린 기술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하이퍼클로바X는 영어 데이터를 주로 학습한 빅테크 모델과 달리 한국어 능력을 갖췄다.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특징이다.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여러 기업, 기술 파트너와 LLM을 공유하면서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소버린 기술로 중동에선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정부와 1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이를 시작으로 AI, 클라우드 등 후속 사업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사례가 유럽 시장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유럽은 안방을 자치한 미국 기업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기업 사이에서 데이터 주권 문제 등 위기감이 크다. 개인정보보호법(GDPR),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잇달아 통과시킨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AI나 클라우드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제3의 선택지를 찾고 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네이버는 유럽 시장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2017년 유럽 현지 법인 ‘네이버 프랑스’를 설립했고 프랑스에서 AI 연구 전진기지인 ‘네이버랩스 유럽’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 클라우드 연합’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39개 유럽권 기업으로 구성된 클라우드 연합은 유럽 중심의 클라우드 기술 표준을 수립하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가 가입하면 비유럽 국가 중 유일한 회원사가 된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유럽도 글로벌 진출의 주요 축으로 보고 기술 공유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다지는 중"이라며 "중동과 달리 자체 AI를 구축하는 시도들이 있지만 대형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이 없어 네이버가 공략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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