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논쟁]②금가분리 원칙 고수…"코인 현물 ETF 중개=코인 중개"

황윤주 2024. 1.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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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원칙
비트코인은 기초자산 아냐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는 곧 비트코인 중개
비트코인 사행성 투기 과열도 우려

편집자주 -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국내에서 후폭풍이 크다.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를 허용하되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중개는 금지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의원도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잘못됐다"며 논쟁에 뛰어들었다. 금융당국은 '금가분리(金假分離)' 원칙, 즉 비트코인 현물 ETF를 인정하면 금융시장과 가상자산 분리 원칙이 무너진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SEC의 결정은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한 것이므로 우리나라 역시 제도권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찬반을 떠나 양측의 논리를 통해 가상자산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본다.

"정부 입장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소유 금지입니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하면 가상자산을 소유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난 16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금지와 관련해 설명한 정부의 입장이다.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금지하는 진짜 속내를 보여준다. 형식적으로 자본시장법에 위반이나 본질은 '금가분리(金假分離)' 원칙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가상자산은 화폐도 금융투자상품도 아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금융위가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중개를 금지하는 배경은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가상자산 관련 긴급 대책'과 관련이 있다. 당시 정부는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신규 투자가 투기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금지했다. 금융위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이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니며, 정부가 가치의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과 가상자산은 분리한다'는 원칙에 근거한다. 자본시장법 제4조(10항)에 따르면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국내외 통화 △일반상품(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등) △신용위험 △그 밖의 위험으로 가격·이자율·지표·단위 산출이나 평가 가능한 것 등이다. 비트코인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이 아니다.

일각에서 비트코인을 화폐로 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결정을 비판했다. 엘살바도르의 경우 법정통화 자격을 갖춰 외국의 통화에 해당하므로 증권사가 중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법학계에서는 반박한다.

통화는 한국은행법상 법화(48조)를 말한다. 외국 통화도 당연히 법화를 의미한다. 비트코인 등 특정 지급수단이 법화에 해당하는지는 국제사법상 발권국의 화폐법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한다. 비트코인은 발권국이 없다. 따라서 엘살바도르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법화로 지정한 비트코인을 화폐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21년 경제·금융전문가 모임인 민간금융위원회에서 'CBDC와 금융시스템에 관한 법적 연구-화폐법과 중앙은행법적 관점에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환거래법상 대외지급수단으로서의 외국통화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동일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비트코인을 통화로 인정해달라는 것은 그동안 가상자산업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주장이다. 통화로 보게 되면 비트코인 양도차익은 환차익이 되고 환차익은 세법상 비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비트코인 중개"

금융위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를 금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수탁은행을 통해 실물 비트코인을 보유한다. 비트코인 선물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선물 ETF와 달리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국내 증권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곧 비트코인을 중개하는 것과 실질이 같아진다.

나아가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를 승인하면 시장에 비트코인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 금융회사가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하게 되고, 금융시장 전반으로 비트코인 투자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권 밖에 있는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심리도 우려 점이다. 정부는 2017년 '가상자산 관련 긴급 대책'에서 "가상자산의 사행성 투기거래가 과열되고 가상자산 이용한 범죄도 지속해서 증가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도 밝혔다.

지금도 이런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위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가상자산은 변동이 매우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융사가 가상자산 소유하면 금융사의 변동성이 이슈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금융사가 가상자산 소유하는 것을 못 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국제기구들도 국내 금융당국과 비슷한 입장이다. 비트코인 ETF를 위험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금융안정 리스크로 비트코인 ETF 도입 가능성을 꼽았다. 가상자산의 경우 내재가치가 없어 가격 변동성이 높은 만큼 기관투자가들의 손실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안정위원회(FSB)도 2022년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ETF에 대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회사들의) 알려진 익스포저가 적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위험이 적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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