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적대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속타는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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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법 대상
부작용 막으려면 여야 법 적용 유예 서둘러야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5~49인)에도 적용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1월 중대재해법을 공포하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었다. 그 유예기간이 9일 뒤면 끝난다. 그러나 새로 법 적용을 받게 된 83만 곳의 사업장에선 법 적용을 더 늦춰 달라고 아우성이다.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법규가 복잡하고 부가되는 업무도 많기 때문에 안전관리 전문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세업체들은 추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1월 50인 미만 1053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4%가 법에 대한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2곳 중 1곳은 안전관리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은 건설·제조업체뿐 아니라 5인 이상 직원이 있는 빵집·식당·치킨집에도 적용된다. 앞으로 동네 가게에서 사망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우에 따라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도 있으나 해당 업주들은 그런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상태에서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되면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과 부작용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정부·여당은 지난해 연말 임시국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시점을 2026년으로 늦추는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무산됐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며 야당 측에 재차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가뜩이나 지금 우리 영세기업들이 고금리·고물가로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짐을 지우게 돼 중소기업이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면 그 피해는 역시 고스란히 우리 근로자들과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회 운영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를 의식해 법 개정에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다. 윤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7일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오면 이 법을 유예할지 말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9일 뒤가 데드라인인데, 그 사이에 새로운 정부 기구 설치안을 만들라는 것은 무리다. 일단 유예부터 해놓고 보완 대책을 논의하는 게 맞는 수순이다. 여당도 보다 성의있는 자세로 야당을 설득해 합의안을 도출하기 바란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법안이라도 현실성이 없으면 결국 악법이 되고 만다. 국회는 우리 경제의 풀뿌리인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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