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존의 문화산책] 2024년, 인공지능의 해 될까
일본계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최근작 『클라라와 태양』은 상상 속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다. 아이들은 가게에서 인공지능 친구 ‘에이에프’(AF, artificial friend)를 구매할 수 있고, 학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유전적 향상을 받기도 한다.
얼마 전에 이 책을 다 읽었는데, 정말 잘 썼을 뿐만 아니라 주제도 매우 시사적이어서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시구로는 2017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니만큼 문체의 유려함은 놀랍지 않다. 그러나 불특정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설정된 이 흥미진진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지닌 적시성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의도인 듯한데, 이야기가 매력적이면서도 반감을 일으켰다.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각 인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몹시 궁금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읽는 내내 언제라도 무언가 잘못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비록 SF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는 영국 드라마 시리즈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를 볼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거북함이다. 소설 작품으로 예를 들자면 조지 오웰의 『1984』와 비슷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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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드리운 디스토피아 그늘
생각보다 훨씬 빠른 AI의 도래
기회와 위험의 갈림길 선 인간
우리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나
」
AI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도 동일한 거북함을 느꼈다. 2023년에는 챗GPT가 본격적으로 출시되었고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가능한 AI 적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탐구했다. 2024년에는 AI가 발전을 거듭해 우리 일상의 여러 측면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얼리어답터 국가’라 할 대한민국에서는 금세 이런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 분명하다. 작년만 해도 나는 집 근처 보도블록에서 무인 배달 로봇을 두 번이나 봤다!
한국에서는 AI로 구동하는 버추얼 아바타들이 K팝 콘서트를 하고 뉴스를 제공해 왔다. 또한 휴전선에서 북한의 잠재적인 위협을 감지하기 위해 일부 최전방 부대에 AI 기반 감시 기술을 도입해 구식 시스템을 교체할 계획이다. 이시구로의 책에서와 비슷하게, 대한민국 교육부에서는 기존 교과서를 AI 디지털 교과서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런가 하면 덴마크 연구원들은 시민 수백만 명의 정보를 입력해 그들의 수명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물론 AI는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2016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한국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역사적인 경기를 펼쳤다. 당시 알파고의 승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AI 시대의 도래를 암시했다.
또한 2022년 프랑스에서는 대선을 몇 주 앞두고 장 뤼크 멜랑숑 후보가 프랑스 11개 도시에서 홀로그램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러한 소위 ‘딥페이크’ 기술은 민주주의를 손상할 위험도 있지만 새로운 가상 경험과 사회정치적 가능성을 열기도 한다.
이런 기술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가 느끼는 거북함은 정당한가?
많은 이들에게 소위 4차 산업혁명은 그동안 인류가 거쳐 간 세 차례의 산업혁명(기계, 기술·운송, 디지털·통신 혁명)보다 훨씬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모든 기술적 진보와 마찬가지로 양날의 검과 같은 속성을 지닌다. 한편으로 AI는 정부 입장에서 막대한 경제적 기회가 될 수 있다. 강력한 디지털 생태계를 지닌 한국은 AI 도입에 가장 잘 준비된 국가 중 하나로, 이미 AI 특허 출원에 앞장서서 AI 반도체 부문을 선도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다른 한편, 역사적으로 볼 때 기계의 발전이 노동력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어, AI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작년 1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한국에서 약 400만 개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으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AI의 위협을 받는 일자리는 약 3억 개에 달한다.
많은 전문가는 2024년이 AI의 기술적, 법적 한계를 가늠해 보는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세계적인 카메라 회사인 소니, 캐논, 니콘이 허위 이미지 생성 방지를 위해 모든 사진에 디지털 서명을 도입하는 기술을 협력 개발 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진짜 사진과 가짜 사진을 분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동안 인터넷에 흰색 패딩을 입은 교황 사진이 떠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사실 이 사진은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으로 생성한 이미지였다.
챗GPT의 출현으로 벌써 학교 교사들은 채점 방식을 재고하고 있다. 학교 사서인 나의 주된 임무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미디어의 건전한 소비 및 사용을 교육하는 것이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검색하는 방법, 더 포괄적으로는 인터넷이 지닌 잠재적인 위험을 인식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AI의 출현이 미디어 사용 교육법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AI 도구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도 필요할 수 있다. 나로서는 더욱 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에바 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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