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로켓 공학 아버지’ 폰 브라운의 탄식
‘로켓 공학의 아버지’ 베르너 마그누스 폰 브라운(1912~1970)은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폴란드 농무부 장관이었고 어머니는 영국 왕실 출신이다. 음악을 공부했으나 꿈은 우주에 있었다. 거리에서 폭약을 실험하다가 경찰에 잡혀간 적도 있다.
베를린공대에서 액체연료를 전공한 그는 병기국에 배속돼 히틀러의 명령으로 영국을 공격한 V-2를 제작했다. 그는 자기의 꿈이 살상용으로 이용되는 것을 괴로워했다. 전쟁이 끝나자 브라운을 체포한 미국은 그를 전범으로 처벌하지 않고 미국으로 데려갔다. 시민권을 주고 국가항공우주국(NASA)에 배속해 로켓 연구에 전념하도록 배려했다. 그가 연구에 몰두할 무렵이던 1959년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했고, 1961년엔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타고 비행에 성공했다.
소련을 늘 한 수 아래로 생각하던 미국은 우주 경쟁에서 선수를 빼앗겼다. 언론사와 과학자들이 폰 브라운을 힐난하면서 장차 어떻게 소련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며 다그쳤다. 그때 브라운은 담담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수학 공부를 너무 소홀히 한 탓이었습니다.” 그 대답에 기자들이 놀랐고 교육계는 더 놀랐다. 그 당시 나는 ‘타임’지의 이 대목에서 그다음 문장을 읽지 못하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본 기억이 지금도 선연하다.
교육부는 대입 수능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를 뺀다고 한다. 철학을 가르치던 플라톤도 그의 아카데미 입시에 기하학을 모르는 학생을 받지 않았다. 이제 『삼국유사』를 몰라도 사학과를 졸업하는 시대가 오나 보다. 자연과학도인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을 노비로 쓰다가 나라를 망친 유생의 망령이 지금 다시 어른거린다. 인문학이 자연과학을 핍박하는 시대에는 재앙이 온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잘못 가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갈릴레오의 시대’에 살고 있나.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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