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새해 결심을 지키려면
새해가 시작됐다. 누구나 더 건강한 삶을 위해 결심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계획에 성공하고 싶다면 기억할 점이 있다. 장기적 관점을 버려라. 짧게 생각하라. 인간에게는 당장의 이익을 장래의 유익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시간에 따른 선호 역전 현상이라고 부른다.
햇볕을 쬐면 피부암 유발 위험이 커진다는 피부과 의사의 경고는 안 먹힌다. 하지만 모공이 커지고 여드름 블랙헤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의를 주면 환자들은 일광 노출을 피하라는 말을 더 잘 따른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는 실생활에서 이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오늘 밤엔 반드시 일찍 자야겠다, 저녁 모임 때 과식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서 막상 저녁이 되면 먹고 마시는 순간의 즐거움에 푹 빠지고 만다는 거다.
이런 심리적 경향을 거스르기보다 역이용하면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2023년 발표된 미국 연구에서는 성인 450명을 대상으로 4만3000원 상당의 쿠키 또는 동일 가격의 핸드백 중 무엇을 상품으로 선택할지 물어봤다.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은 당류 섭취가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로우며 당뇨병, 심장병, 비만 위험을 높인다는 설명을 읽게 했다. 두 번째 그룹은 당류 섭취가 즉각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며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소화불량을 일으키며 기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을 읽도록 했다. 마지막 그룹은 어떤 설명도 읽지 않았다. 실험 결과, 단기적 위험성에 대해 읽은 사람은 장기적 위험성에 대해 읽은 사람보다 쿠키를 고를 가능성이 30% 낮았다. 또한 아무 설명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는 쿠키를 선택할 가능성이 45% 낮게 나타났다. 단기적 유익이나 위험에 대해 생각할수록 유혹을 이겨내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식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보다 맛을 강조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다. 같은 연구팀의 다른 연구에서는 사과와 당근이 맛좋다는 걸 강조한 경우 건강에 유익하다는 걸 강조한 경우보다 섭취량이 늘어났다. 2019년 연구에서는 채소의 맛에 초점을 맞춘 라벨을 붙이면 건강에 초점을 맞춘 라벨을 붙였을 때보다 대학 구내식당에서 채소 요리를 선택하는 사람 수가 29% 증가했다. 운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기적 목표에 맞는 운동을 고르라고 할 때보다 재미있는 운동을 고르라고 하면 운동을 반복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러니 꿈을 이루고 싶다면 먼 장래를 상상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유익을 생각하자. 성공은 본래 가까이에 있는 법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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