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주영 아빠입니다, '최악의 선택'은 안 됩니다

이정민 2024. 1. 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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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발생 438일 만에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글쓴이 :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희생자 이주영의 아빠, 결혼을 앞둔 당찬 디자이너, 우리집 대장인 딸을 잃고 초창기부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활동을 시작했다. 2기 유가협 운영위원장을 맡아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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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특별법 시행으로 아픔 어루만지길"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참사 발생 438일 만에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여당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이었지만, 여당은 끝내 표결을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의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특별법 공포를 애타게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시민들에게, 하늘로 간 자녀에게 전하는 말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기자말>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며 유가족들이 국회 둘레를 오체투지로 행진했다.
ⓒ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글쓴이 :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희생자 이주영의 아빠, 결혼을 앞둔 당찬 디자이너, 우리집 대장인 딸을 잃고 초창기부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활동을 시작했다. 2기 유가협 운영위원장을 맡아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을 하기도 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이정민입니다. 희생자 이주영의 아빠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떠나보낸지 438일 만인 지난 1월 9일, 우리 유가족이 그렇게 열망하고 소망했던 특별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참사 이후 1년 넘는 시간 지난한 투쟁 속에 얻은 결실입니다. 폭우 속에 삼보일배를 하고, 눈 덮힌 길에 몸을 내던져 오체투지를 하며 얻어낸 결과입니다. 우리 유가족이 이렇게 인내한 이유는 단 하나, 이 참사를 대하는 정치권의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는 100일과 1주기 두 번의 추모제가 있었습니다. 여야가 한마음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의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특별법도 여야 합의로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이태원 특별법이 막힌 정국을 풀어내고 협치를 이끌어내는 단초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우리는 정부와 여당 측의 요구를 상당수 받아들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결코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159명의 영혼들을 또 다시 고통스럽게 만드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집단 퇴장, 단독 통과, 거부권 거론... 숨이 턱 막힙니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날, 유가족들은 특별법을 분향소 159명 희생자들의 영전 앞에 바쳤다.
ⓒ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안타깝게도 우리 유가족의 기대는 국회 협상 마지막에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참사의 원인 규명과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는 뒷전이고 특조위의 주도권에만 관심이 있는 여당, 그러한 여당을 끝내 설득하지 못한 야당.

이러한 정치권의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과 야당의 단독 통과, 그리고 수순처럼 거론되는 거부권 행사. 이 과정을 지켜보며 저는 숨이 턱 막히는 고통을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져야 한다고 교과서처럼 되뇌이던 정치인들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말뿐이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통과된 특별법이 딱 그 예입니다.

특별법 뒤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1월 17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신속한 공포와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을 염원하며 침묵의 영정 행진을 벌이기 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
ⓒ 참여연대
  지금 모두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거부권 행사는 단순히 법안 거부가 아닙니다. 특별법 뒤에는 159명의 희생자들, 그리고 지금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유가족, 생존자, 구조자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있습니다.

참사를 부정하고, 절규하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최악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부디 이번만큼은 특별법을 즉각 공포해서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져 주시길 간곡히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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