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신작 찾나요? 넷플릭스보다 여기! [화제의 기업]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1. 1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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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텔

‘라프텔’을 아시는지.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디어업계에서는 이름이 꽤 알려진 ‘OTT 서비스’다. 일본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송출하는 플랫폼이다. 애니메이션 장르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 해외 대형 OTT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자랑한다. 애니메이션만 취급한다고 해서 무시할 회사가 아니다. 실적이 상당하다. 대다수가 적자를 기록하는 국내 OTT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 중이다.

라프텔은 국내 유일의 흑자 OTT다. 다양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빠르게 시장에 선보여 눈길을 끈다. (라프텔 제공)
애니메이션 추천 서비스로 시작

폭발적인 성장에 ‘알짜’로 등극

라프텔은 2014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큐레이션 서비스만 제공했다. 이용자에게 볼 만한 만화·웹툰·애니메이션·웹소설 등을 추천하는 서비스였다. 애니메이션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이후 2017년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애니메이션 시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투니버스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수입해오던 회사들이 침체기에 빠져든 상태였다. 동시에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가 준동했다. 일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들여와, 자체 자막을 붙인 뒤 되파는 행위가 만연했다.

불법 유통 시장 규모가 커지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회사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라프텔은 ‘발상의 전환’을 택했다. 불법 콘텐츠를 보는 고객들이 왜 불법 다운로드를 택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불법 다운로드가 인기 있는 이유 2가지를 발견했다. 첫째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콘텐츠의 가격이 한 편당 1000원 미만으로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았다. 두 번째는 속도였다. 애니메이션을 빨리 보고 싶어 어쩔 수 없이 불법 다운로드를 받는 고객이 상당수였다. 기존 방송국을 비롯한 정식 수입사들이 일본의 최신 애니메이션을 수입해오지 못하는 탓에, 빠르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불법 다운로드를 택한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콘텐츠를 들여올 수 있으면 불법 다운로드로 몰린 수요를 빼와 사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이에 2017년 ‘정의롭고 당당한 덕후를 위한 스트리밍’이라는 구호를 내걸며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꾸준히 오르던 매출은 2019년 1분기부터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를 정부가 폐쇄하면서 급격히 상승세를 탔다. 2019년 1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100% 가까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라프텔의 가능성을 알아본 디지털 콘텐츠 회사 ‘리디’가 2019년 전격 인수했다. 리디 인수 후에도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2019년 다수 일본 애니메이션의 스트리밍 독점 배급권을 따냈다. 같은 해 경쟁 서비스인 ‘애니맥스 플러스’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사용자를 대거 흡수했다. 덕분에 모회사인 리디가 적자를 기록하며 흔들리는 와중에도, 매출이 꾸준히 상승했다. 2022년 연간 매출 25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하며 수익성을 확보했다.

2022년 말에는 리디를 벗어나 애니플러스 품에 안겼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리디가 자금 마련을 위해 라프텔을 매물로 내놨다. 라프텔의 가치를 눈여겨본 애니플러스가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했다. 전체 매각 대금 규모는 약 700억~800억원대로 알려졌다. 애니플러스 인수 후에도 여전히 흑자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라프텔 경쟁력은 ‘독점 배급권’

모회사 ‘애니플러스’와의 시너지 상당

라프텔이 타 OTT 대비 가진 강점은 3가지다. 독점 배급권과 다양한 판권 그리고 높은 충성도다. 라프텔은 일본 신작 애니메이션 90% 이상의 작품을 방영 직후 일정 기간 독점 방영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최신 작품이 나오면 일정 기간 라프텔에서만 틀어야 한다. 넷플릭스나 왓챠 등 다른 OTT들은 해당 기간 동안 작품을 방영할 수 없다. 최신 작품을 먼저 보려면 라프텔에 가입을 해야 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모회사 애니플러스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판권을 확보한 것도 강점이다. 애니메이션 콘텐츠에 관해서는 다른 OTT를 압도하는 작품량을 자랑한다. 일본에서 발매된 작품은 90% 가까이 라프텔에서 볼 수 있다. 라프텔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작품 수만 3000여편에 달한다. 매년 150편에 가까운 신작이 라프텔을 통해 공개된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독점작의 판권까지 사와 작품을 송출한다.

최신작 공개와 압도적인 작품 수 덕분에 이용자 충성도가 높다. 일반적으로 OTT는 이용자 수 부침이 많다. 킬러 콘텐츠 작품이 나오면 가입자가 늘었다가, 작품이 종영되거나 공개가 끝나면 다시 가입자가 떨어지는 현상이 빈번하다. 때문에 가입자를 늘리려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독점 콘텐츠를 끊임없이 내놔야 한다. 국내 OTT들 다수가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가 이와 관련이 깊다. 가입자가 늘어도 콘텐츠 제작비로 비용이 빠져나가는 탓에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힘들다.

반면 라프텔은 다르다. 충성도 높은 애니메이션 콘텐츠 소비자들이 꾸준히 서비스를 사용한다. 무리하게 많은 돈을 들여 킬러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앱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라프텔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꾸준히 50만~60만명대를 유지 중이다. 급속도로 성장하지는 않아도 ‘콘크리트 소비층’이 단단하다. 2021년 이후로 단 한 번도 MAU가 50만명대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다른 OTT와 비교해보면, 충성도가 두드러진다. 다른 토종 OTT인 왓챠의 경우 작품 다수를 확보한 2021년대에는 MAU가 140만명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콘텐츠 확보에 실패하면서 MAU가 수직 하락했다. 2023년 12월 기준 MAU가 54만명까지 내려왔다. 종합 OTT의 사용자 수가 애니메이션만 전문으로 하는 라프텔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라프텔의 최대 강점은 신작의 독점 배급권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라프텔 화면 갈무리)
국제 진출로 경쟁력 키운다

日 애니 수요 높은 동남아 진출

국내에서 기반을 마련한 라프텔의 다음 목표는 동남아시아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6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는 과거 라프텔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던 한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소비자들의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는 높은데, 별다른 수입·배급사가 없어 불법 다운로드 콘텐츠가 시장을 점령한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과 다량의 판권을 갖춘 라프텔이 들어가면 충분히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또, 모회사인 애니플러스가 동남아 콘텐츠 유통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막대한 동남아 인구수, 지금까지 쌓아온 라프텔과 애니플러스의 애니메이션 사업 관련 노하우를 고려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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