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혼자 쌍둥이와 치앙마이 20일, 어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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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주 기자]
곰돌이 젤리, 쌀과자, 뽀로로 사탕, 색연필, 엄마까투리 색칠공부책, 태블릿. 그리고 또 뭐를 놓쳤더라? 아! 헤드셋! 부랴부랴 출국 3시간 전까지 주문이 가능한 인터넷 면세점에서 적당한 어린이용 헤드셋을 주문했다. 됐다. 이제 공항에서 헤드셋만 찾고 들어가면 끝이다.
지난해 12월 20일 출국하기 전부터 조금 긴장이 되었다. 혼자서도 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 했지만 늘늘이와 나나(쌍둥이 아이들의 별명)가 생기고나서의 긴장감은 조금 다르다. 다섯 시간의 비행 동안 아이들이 잘 견딜 수 있을까?
조금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면 바로 아이들. 좁은 비행기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앉아 있어야만 하는 것은 분명 고역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제멋대로 행동하게 두었다가는,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이들에게 수없이 '조용해, 가만히 있어야 해!'라고 말하는 내 모습. 동시에 느껴지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
내 짐을 싸는 것은 일단 뒤로 미뤄놓은 채 아이들이 비행기에서 얌전히 있을 수 있게 하는 것들을 먼저 챙겼다. 젤리나 과자를 먹을 때에는 조용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짧고, 색칠공부를 할 때에는 자꾸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역시 비장의 무기는 태블릿. 두 시간 정도는 꽤 집중하며 애니메이션을 보는 나이라 좋아하는 영상을 여러 편 미리 다운로드 받아놓았다. 분명 소리나게 해달라고 떼를 쓸테니 헤드셋도 꼭 필요했다.
긴장을 풀어지게 한 한 마디
중국 쿤밍을 경유 하는 항공사는 중국 회사였지만 대부분의 승객은 한국 사람들이었다. 나는 우리 빠르게 앞좌석 승객들을 스캔했다. 60대의 남녀. 단체관광객으로 보임. 출발한 지 한 시간 쯤 되었을까. 아이들은 쫑알쫑알 궁금한 걸 물어보고 있었고 나도 대답해주느라 바빴다.
그 와중에 앞 좌석 승객이 자꾸 우리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과 이 정도면 얌전한 건데 왜 자꾸 쳐다보세요, 라는 두 가지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왜요?"라고 물었다. 돌아오는 승객이 씨익 웃으며 하는 말. "귀여워서." 갑자기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 맨발로 놀기. |
ⓒ 신효주 |
두 달 전, 지호는 이주간 구와 망고와 함께 고향인 제주를 방문했을 때 노키즈존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고 했다. 서울에서 제주를 가는 비행기를 탈 때는 앞 좌석 커플 승객이 자꾸 눈치를 줘서 힘들었다고도 했다. 덕분에 갈 때는 비즈니스 좌석을 구매했다고.
가족들과 함께 간 카페에서 음료를 먹고 일어서자 누나가 바닥 청소를 하고 나와서 어리둥절했다고 했다. 나는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나도 그래. 아무래도 아이들이 먹고 나면 여기저기 더러워지니까 바닥도 닦고 치우고 나오는 거지", "점원이 있는데 왜?"라며 지호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사건을 일일이 나열한 것은 아니지만 이주 동안 지호와 구, 망고가 받았을 눈치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나 역시도 한국에서는 맘충소리 듣지 않으려고 얼마나 아이들을 단속하고 내 자신을 단속하는가.
식당에서는 조금 시끄러워질 것 같으면 바로 태블릿부터 꺼내서 영상을 틀어주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얌전하게 잘 있을 수 있는 능력은 마음껏 뛰어놀고 제멋대로 움직여보고 난 후에야 주어지는 것인데 어른들은 자꾸 잊는다. 얌전하지 못한 아이들은 자꾸 어른들의 눈총을 받는다. 지호에게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힘들었던 경험을 토로하려다 그만두었다. 지금은 망고와 늘늘이와 나나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다시 긴장하게 되는 서울행
서울로 가기 전(지난 7일 귀국했다), 늘늘이와 나나가 갑자기 집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았다.
이곳에선 식당에 가서 등받이쿠션으로 쌓기 놀이를 해도 사람들은 웃으면서 바라본다. 노래를 부르면 박수 쳐주는 관객이 되어준다. 식당에 갑자기 찾아온 고양이 손님을 쫒아가도 괜찮다. 지나가는 강아지를 만지고 싶으면 사람들이 멈춰서 놀게 해준다.
서울처럼 반짝반짝 빛나거나 안전한 키즈카페는 거의 없지만 늘늘이와 나나는 뛰어놀 작은 공간과 돌과 풀만 있으면 한 상 거하게 차려내 나에게 대접한다. 한국에서라면 키즈카페에서도 아이들을 쫒아다니며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지어줘야 할 텐데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여기 와서는 태블릿을 가지고 외출한 적이 없다. 20일간 여행을 하면서 두 아이와 24시간을 붙어 지내는 것이 걱정스러웠는데 생각보다 편하다. 나의 육아 스트레스 중 일부는 사회적 눈치였나 보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다시 긴장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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