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모자 쓴 백두대간 붉게 수놓은 장쾌한 아침 해
백두산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은 태백산까지 남쪽으로 내달리다 서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소백산(小白山)에 이른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소백산은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 일대에 걸쳐 있다. 전국 백(白)산 가운데 ‘작은 백산’이라는 뜻으로, 백은 희다·높다·거룩하다 등의 의미를 다채롭게 함축하고 있다.
소백산은 겨울 산으로 유명하다. 하얀 눈이 온통 산머리를 덮어 ‘한국의 알프스’로도 불린다. 그만큼 겨울 눈꽃의 자태가 아름답다. 사계절 멋진 풍광을 뽐내지만 겨울 설경은 백미(白眉)로 꼽힌다.
‘작을 소’가 들어갔다고 만만하게 보고 올랐다가는 큰코다친다. 특히 겨울 산행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겨울 소백산은 몸을 가누기도 힘든 칼바람으로 악명 높다. 눈꽃 구경하러 갔는데 눈물을 쏙 빼놓게 만든다.
반면 그 칼바람이 빚어놓은 눈꽃과 상고대(서리꽃) 풍경은 환상적이다. 바다의 산호초를 떠올리게 하는 상고대는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은 날 잘 만들어진다. 보통 영하 6도 이하, 습도 90% 정도에 풍속이 초속 3m 이상일 때 피어난다. 전국 명산 중에서도 순백미가 뛰어난 소백산이 최고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정상인 비로봉(1439.5m)과 연화봉(1394m), 국망봉(1421m) 등 산 정상에서 맞는 일출도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대설원의 부드러움과 드넓은 운해(雲海)와 함께 나뭇가지마다 꽃을 피운 서리꽃이 일출에 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설경 위로 떠오르는 해맞이 광경은 장엄하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비로봉에서 일출을 감상하려면 가장 짧은 등산로를 선택해야 한다.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새밭(을전·乙田)에서 시작하는 코스다. 주차장에서 비로봉까지 편도 5.2㎞에 약 2시간 40분 소요된다.
새밭에서 출발해 비로봉을 거쳐 천동으로,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탐방로는 등산 동호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등산로 입구에 대형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향토 음식점과 숙박시설도 있어서다.
소백산 해맞이는 체력과 아이젠 등 안전장비가 필수다. 정상에 올라 해가 솟아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방한복과 장갑, 목도리 등 추위에 대비한 장비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소백산은 기점별로 입산시간 지정제를 운영한다. 동절기(11~3월)에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입산할 수 있다.
이른 새벽 짙은 어둠 속에서 랜턴에 의지해 새밭계곡을 따라가다 능선에 올라서면 소백산의 순하고 장쾌한 산마루가 눈앞에 펼쳐진다. ‘어의곡삼거리’에서 소백의 산정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은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을 선사한다. 매섭게 불어 대는 칼바람도 함께한다. 강한 바람에 떠밀려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어렵고 손과 귀는 꽁꽁 얼어붙는다.
기상청 예보로는 기온, 습도, 일교차, 풍속 등 상고대 조건이 맞아떨어져 하얀 눈꽃과 서리꽃을 기대하고 갔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상고대가 사라진 풍경은 겨울 산줄기들의 장쾌한 파노라마가 대신했다. 비로봉에 서서 북쪽으로 보면 국망봉과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남쪽으로는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 제2연화봉을 거쳐 죽령으로 산줄기가 내달린다.
보기 드문 깔끔한 일출도 내줬다. 멀리 붉은 빛을 띠고 떠오르는 태양이 주변의 어둠을 몰아내고 중중첩첩한 산 마루금을 드러내 보였다. 능선 서쪽으로는 거친 붓글씨의 끝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월악산 영봉 등 제천·영월의 산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소백산에서 내려와 한밭계곡을 따라가면 ‘한드미마을’이 자리한다. 한드미(큰 골짜기란 뜻)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소백산 비로봉 아래 Y자형의 좁고 긴 계곡 마을이다. 마을 한쪽에 한드미동굴이 있다. 5억 년의 신비를 간직한 석회석 동굴이다. 한겨울이면 거꾸로 자라는 역고드름도 볼 수 있다.
구전에 따르면 한드미동굴은 경북 영주시 풍기읍까지 연결돼 아주 오랜 옛날 이 동굴을 이용해 풍기읍 오일장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1969년 84세의 일기로 사망한 고무신 장수 풍기 서씨라는 사람이 아버지, 할아버지와 함께 소나무 관솔로 횃불을 켜고 풍기장에서 고무신을 사다가 소백산 아래 14개 마을에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을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초 미군 비행기의 집중 폭격 대상이었다. 포격도 멈추지 않았다. 당시 주민들은 한드미동굴로 피신했다. 깊지는 않지만 굴 입구가 넓어 마을주민들이 모두 피신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소백산 산행이 추위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따뜻하게 둘러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물고기 생태관 ‘단양다누리아쿠아리움’이다. 건축 전체면적 1만4397㎡ 규모의 다누리센터 내 별별스토리관, 다누리도서관, 낚시박물관, 4차원(4D) 체험관 등을 갖추고 2012년 5월 문을 열었다.
크고 작은 수조 118개에는 단양강 토종물고기를 비롯해 아마존, 메콩강 등 세계 각지에서 서식하는 민물고기 등 234종, 2만3000여 마리가 전시돼 있다. 남한강 귀족인 천연기념물 황쏘가리와 아마존 거대어 피라루쿠 등 해외 민물고기도 볼 수 있다. 민물고기 외에도 돼지코거북, 알비노 펄 가오리, 모오케 등 희귀생물과 양서파충류관, 수달전시관도 있다. 각 전시 수조에는 물고기의 생태에 관한 간단한 설명이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높이 8m, 수량 650t 규모의 메인 수조에서 대형 철갑상어의 식사 시간 이벤트도 진행한다.
고수동굴과 수양개빛터널도 빼놓을 수 없다. 동굴은 연중 온도가 일정해 겨울철 관람하기에 좋다.
소백산 일출 산행 최단 어의곡코스 인기
마늘 만두·족발·순대… 단양구경시장
소백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출 맞이 장소는 비로봉과 연화봉이다. 비로봉의 경우 어의곡·천동코스, 연화봉은 죽령코스 등을 이용하면 된다. 단양 읍내에서 새밭주차장과 천동 방면 등으로 오가는 버스가 있다.
어의곡 출발지점인 새밭에는 무료주차장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초보자들은 편도 6.8㎞에 3시간 정도 소요되는 천동코스가 제격이다. 천동코스 주차장은 유료다. 주변엔 야영장이 잘 갖춰져 있다.
어의곡으로 올라 천동으로 내려온다면 차량 회수를 위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요금은 2만5000원 정도다.
단양팔경에 이어 구경으로 소문난 단양구경시장은 먹거리 관광코스로 인기다. 50여 개의 음식점이 단양마늘을 재료로 만든 순대·만두·족발 등 특색 있는 먹거리를 내놓는다.
고수동굴길에는 올갱이(다슬기의 충청도 사투리) 요리 식당이 있다. 올갱이 해장국은 아욱, 부추, 시금치를 같이 넣어 끓이는데 맛이 깔끔하다.
단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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