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가천길재단 들어온다더니…” 송도서 벌어진 분양사기 논란

인천·안산,강희청 2024. 1. 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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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구 ‘스마트스퀘어’ 2개 건물
“재단 직원 2200명이 15개층 사용”
분양 때 설명해놓고 없던 일로
수분양자들 “허위광고” 집단행동
지난 2021년부터 인천 송도 스마트스퀘어 분양 상담이 진행된 모델하우스 뒤로 준공된 스마트스퀘어 건물이 보이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전모(60)씨는 아내의 명예퇴직금 1억원을 안정된 노후 생활을 위해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하던 중 지난 2021년 12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5공구에 위치한 ‘스마트스퀘어’ 분양사무실을 찾았다.

전씨 부부는 위치가 좋은데다 분양가도 싼편이어서 호감을 가지게 됐고, 결정적으로는 B동 5층~20층을 아예 분양을 하지 않고 가천길재단이 업무시설로 사용한다는 분양 상담사의 설명에 ‘이거다 싶다’는 판단으로 주저 없이 계약금으로 1억원을 투자하는 등 10억대 1층 상가를 분양받았다.

스마트스퀘어는 송도 5공구에 위치한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의 A·B동 2개 건물이 조성된 업무·상업 복합시설로,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시행사는 한국토지신탁, 시공사는 영동건설, 위탁사는 가천길재단 BRC(Bio Research Complex)다.

2년여의 세월이 지나고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전씨 부부는 긴 한숨에 밤잠을 설치는 날로 하루하루가 두렵기만 하다.

금리는 분양 당시보다 무척 오른데다 부동산 경기는 극도의 침체기다. 특히 무엇보다 분양을 받아 노후 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을 갖게 한 가천길재단의 업무시설 사용이 없던 일로 됐다는 게 결정적인 요인이다.

한창 입주와 임대 문의로 북적여야 하는 스마트스퀘어 1층 거리는 최근 한산한 모습이다.


스마트스퀘어 B동에 대한 가천길재단의 업무시설 사용은 현재까지는 문서로는 없다. 전전긍긍하던 전씨는 분양 당시 아내와 함께 상담사 A씨로부터 들은 내용이 너무도 생생해 A씨와 통화를 시도해 가천길재단이 업무시설로 사용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녹취하는데 성공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스마트스퀘어 수분양자들은 한결같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완공이 가까워지면서 지난해 5월 가천길재단의 업무시설 사용이 없던 일이라는 소문이 조금씩 돌기 시작했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 같은 소식에 수분양자들은 당시 분양 상담사와 통화를 시도해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물으면서 녹취를 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녹취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분양 당시 녹취는 아니지만 다른 수분양자들의 녹취에도 어투만 다를 뿐 “B동 대부분 가천길재단이 사용하고 직원 2200여명이 근무한다” “가천길재단이 사용하기로 예정돼 있기에 B동 분양을 안 한다”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송도 소재 여러 부동산 중개업소도 “B동 대부분을 가천길재단이 사용한다”는 요지의 홍보 내용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렸다.

심지어 분양 상담사도 “가천길재단이 절반을 사용한다고 했다. 상부에서 지시가 없었으면 상담때 말 안했다”면서 “(상담사) 우리들도 상당수가 샀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특히 한 수분양자의 녹취록에선 분양대행사 직원이 “여기가 가천길병원 재단에서 건물을 하나 또 지어서 연구시설처럼 들어온다. 그리고 이쪽으로는 브레인밸리가 들어와 있고, 분양하는 오피스(스마트스퀘어 지칭)도 이거(B동 지칭)는 분양을 안 하고 요것(A동)만 분양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수분양자가 “왜 안 해요”라고 묻자 “가천길병원 재단에서 통으로 다 쓴다. 그래서 공실이 없어 상가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바탕으로 수분양자들은 함께 공동 대응하기 위해 송도 스마트스퀘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섰다. 허위광고 및 사기분양이 있었다며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와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BRC, 한토신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송도 스마크스퀘어 수분양자 60여명은 지난 9일 인천시청 앞에서 가천길재단 업무시설 입주 약속을 지키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분양사기 논란은 당사자들이 사법기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수분양자들이 구체적으로 민원을 제기해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BRC 관계자는 “한토신에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답답한 심정이다. (녹취와 관련 내용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다 들어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토신 관계자는 “비대위 측이 제출한 녹취록은 사법기관이 진위를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며 “가천길재단 입주에 대해 홍보를 하거나 홍보물에 기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스퀘어의 키를 쥐고 있는 BRC는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연구단지 건립을 목적으로 1평(약 3.3㎡)당 조성원가인 158만3000원에 매입했다. BRC 는 가천길재단과 IBM, 인천도시개발공사가 합작해 자본금 126억원 규모로 2009년 4월 설립, 송도 5·7공구 내 20만7000㎡(약 6만2727평) 부지에 총 8200억원을 투입, 바이오 관련 연구단지와 생산기반 시설인 아파트형 공장 등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는 특수목적법인이다. 2009년 BRC 설립 초기 지분율은 가천길재단이 82.9%, 인천도시개발공사가 16.6%, IBM이 0.5%였다. 이후 외국기업 IBM에 대해 지분이 적고, 허울뿐인 참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지분율은 가천길재단 79.4%, 인천도개공 15.9%, IBM 4.7%로 조정됐다.

인천경제청은 BRC가 장기간 부지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수익이 나는 아파트형 공장·기숙사·상가 등으로 이뤄진 스마트밸리 지식산업센터 개발만 우선시한다는 판단에 따라 2013년부터 2015 년까지 송도동 204·205·206번지 땅 8만4380㎡(2만5570평)를 환매 조치한 바 있다.

글·사진=인천·안산 강희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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