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만 개방되면 뭐하나, 즐길 게 없는데"…청와대 방문객 2년 새 80% 감소 [데일리안이 간다 11]
청와대 직원 "개방 초기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방문객…평일 오전 대부분 외국인 관람객"
자영업자 "개방 초기 매출 반짝 올랐지만 다시 줄어…개방 전, 옛날이 훨씬 더 좋았다"
전문가 "문체부, 지자체 연계해 시민친화 행사 적극 발굴하고 진행해야"
청와대를 찾는 방문이 급감해 2022년 개방 직후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방 초기 '반짝 효과'는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방문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개방 초기에 열렸던 한복패션쇼나 음악회 등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만한 문화행사가 뜸해지면서 시민들의 발길도 줄어든 것이다.
인근 상인들은 청와대 직원 등 단골들로 인해 개방 전에는 고정수입이 있었는데 개방으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더 잘 알려지려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많이 방문해야 한다며 서울시, 종로구와 협업해 다양한 시민친화 행사를 적극 발굴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은 1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직접 찾았다. 정문을 통해 들어가면 현장등록데스크가 있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은 방문객은 데스크의 안내대로 휴대전화를 이용해 간단하게 당일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개방 직후와 달리 현재는 신정(1월1일) 등을 제외하면 즉석에서 예약을 하고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휴대폰 사용이 어려운 만 65세 이상, 장애인, 외국인, 국가보훈 대상자 등은 현장등록(선착순 2000명)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오전에도 63명의 방문객이 현장등록으로 청와대를 관람했다.
예약을 완료하면 발급받은 바코드를 보여주고 위험물품 검사 절차를 거친 뒤 청와대 내부로 입장한다. 안으로 들어가자 '청와대 국민 품으로' 문구가 적힌 조형물과 파란 지붕의 청와대 본관이 등장했다. 평일 오전에 추운 날씨까지 더해진 탓인지 방문객들은 예상보다도 훨씬 더 적었다. 이마저도 대부분 외국인 방문객으로 한국인은 극히 드물었다.
청와대 본관 내부에도 방문객 수는 많지 않았다. 깃발을 든 가이드와 그를 따라다니는 외국인 방문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가 들리기도 했지만 방문객 대부분은 중국인, 일본인이었다. 본관 내부의 안내 직원들은 중국어, 일본어를 사용하며 사진 촬영을 통제하고 청와대 시설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개방 초기 방문객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던 청와대였지만, 지금은 너무도 한산해 외국인들 보기에 오히려 민망할 지경이었다.
방문객 최모씨(20대)는 "대학교 졸업작품 때문에 동기들하고 방문했다. 작년 봄에도 한번 왔었는데 오늘은 방문객이 너무 적어 놀랐다"며 "사람이 없어서 사진도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직원 김모씨(가명)는 "개방 초기와 비교하면 방문객이 말도 안 되게 줄었다. 작년부터 방문객이 서서히 줄었는데 그래도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오늘은 유난히 더 방문객이 적은 편이다. 평일 오전 방문객은 대부분 외국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치로 봐도 청와대 관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현격하게 떨어진 걸 알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개방 직후인 2022년 5월(10일~31일) 57만4380명이었던 방문객은 서서히 줄어 지난달 11만8685명까지 떨어졌다. 날씨가 선선했던 지난해 10월 30만335명의 방문객이 찾긴 했지만, 직전 해 같은 시기 43만7053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방문객 수가 크게 줄었음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방문객이 줄어든 이유로 청와대가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개방했던 2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도 없어 재방문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문화재와 달리 이벤트나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점도 재방문을 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 청와대에 방문했던 김인기(30·남)씨는 "여자친구와 주말에 데이트하러 청와대에 갔었는데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입장해서 내부 좀 둘러보는 게 전부였다"며 "인터넷에 올라온 2년 전 후기와 내가 갔을 때 다른 점은 거의 없었다. 광화문 광장이나 다른 명소처럼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생기지 않는다면 굳이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방문객이 줄면서 인근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기자가 이날 점심시간 청와대 인근 상권인 청운효자동 거리와 통인시장 등 상권을 둘러본 결과 몇몇 식당을 제외한 대부분 식당에는 손님이 없다시피 했다. 한참 바쁠 시간이었지만, 단골로 추정되는 중년층 몇몇만 식사를 하고 있을 뿐 젊은이들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통인시장에서 마트를 운영 중인 김모씨(가명)는 "청와대를 개방했을 당시에만 반짝 매출이 오르고 지금은 오히려 더 줄었다"며 "청와대 개방 전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많이 왔었는데 개방하고 난 뒤로 단골손님을 잃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차라리 개방하지 않았을 때가 더 좋았다"고 토로했다.
한식당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청와대) 개방 초반에는 매출도 오르고 해서 좋았는데 작년부터 고꾸라졌다. 주말엔 그래도 괜찮은데 평일 점심 장사는 정말 죽을맛"이라며 "여기 사람들 대부분 옛날이 낫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근처 상권에는 임대료만 올라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청와대 개방 초기에는 컨벤션 효과로 반짝 인기를 끌었는데 이후로는 점점 방문객이 줄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이 늘었다고 하는데 개방 초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이 줄었던 것이지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 부분을 개선하고 활성화하려면 주변 지역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문체부가 서울시나 종로구청 등 실행 조직과 협업해 적극적인 행사를 발굴하고 진행하는 등 다양한 개선책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더 잘 알려지려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많이 방문하고 홍보할 수 있는 해설가가 돼야 한다. 주변 지역 시민, 상인들과 협업해 청와대 내부에서도 플리마켓이나 음악회, 예술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 확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명동 바가지 요금 끝나지 않았다…길거리 음식 '1만원 대' 수두룩 [데일리안이 간다 9]
- '1000원대 소주' 다시 돌아왔는데…식당 소주 가격은 왜 그대로? [데일리안이 간다 8]
- 설 대목 앞두고 서울 전통시장 화재위험 점검해 보니… [데일리안이 간다 7]
- "아직도 연탄 피우고 삽니다"…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에 가다 [데일리안이 간다 6]
- 교통약자들의 험지, '1역사 1동선 미확보' 서울 지하철역 가보니… [데일리안이 간다 5]
- [속보] 법원 "이재명 1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 국민의힘 "이재명 개인 재판에 친명 조직 총동원…정치자금법 위반 소지 다분"
- "명태균 영향력, 실제 있었나 아니면 과도하게 부풀려졌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544]
- 서양의 풍자·동양의 서정… '아노라'와 '연소일기'가 그린 현대 사회의 균열 [D:영화 뷰]
- ‘오! 대반전’ 홍명보호 원톱, 조규성·주민규 아닌 오세훈…공중볼 경합 승률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