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컨트롤타워'가... "이태원 도착시간? 중요한 사안 아니었다"

김성욱 2024. 1. 1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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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공판기]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측 주장... 실무자 4명 추가 증인신청

[김성욱 기자]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이 지난 2022년 12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 남소연
 
이태원 참사 현장에 30분 이상 일찍 도착했다고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최재원(59) 용산구 보건소장 측이 17일 재판에서 "참사 당시 (보건소장) 도착 시간은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라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참사 당시 보건소장이 응급의료대응 컨트롤타워였고, 참사 이후에도 응급조치가 절실한 초기 컨트롤타워가 부재했었다는 비판 여론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 보고서를 조작할 의도나 유인이 없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최 소장 측은 이날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실무자 4명을 추가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수사단계에서 이미 진술을 받았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이미 지난해 8월 재판 때 최 소장이 직접 본인의 도착 시간을 30분 앞당겨 기재하도록 했다는 용산구 보건소 보건의료과 A과장 증언이 나온 바 있어, 검찰 측에선 이날 변론 종결까지 원했던 상황이었다. 최 소장 측에서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소장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사후적으로 지금 (최 소장) 도착 시간이 맞냐 안 맞냐를 따지는 것은, 그 당시 상황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당시 도착 시간이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최 소장은) A과장에게 애초에 도착 시간을 기재해준 바도 없다"면서 "사무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이 사실을 고의로 인식하고 (보고서상 도착 시간을 허위 기재하도록)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에 따르면, 최 소장은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응급의료대응 책임자였다. 환자를 분류하고 응급처치, 응급환자 이송을 지휘해야 하는 의료 컨트롤타워였지만, 최 소장은 이태원 참사 발생(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후 2시간 가까이 지난 2022년 10월 30일 오전 0시 6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후 작성된 총 5건의 보고문서상 최 소장은 2022년 10월 29일 오후 11시 3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기재됐다. 최 소장은 부하 직원을 시켜 참사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 기재하도록 했다는 혐의(공전자기록등위작)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소장은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38분에 모바일 상황실 카톡 메시지를 통해 참사를 최초 인지, 오후 11시 25분 자택에서 출발했다. 이후 오후 11시 46분에 녹사평역에 하차, 오후 11시 54분에 용산구청 당직실에 도착해 민방위복을 입은 뒤 신속대응반 직원들과 함께 구급차를 타고 이튿날(2022년 10월 30일) 오전 0시 6분에 참사 장소에 도착했다.

최 소장 측은 녹사평역에 도착했을 때가 현장 도착 시점이라고 생각했었다고 주장하기도 해왔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재판에 나온 전직 용산구 보건소 보건의료과 주무관 B씨는 "(최 소장이) 경찰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셨다는 말씀을 (최 소장 본인이)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최 소장이 B씨에게 한 말이 진실이라면, 응급의료 컨트롤타워인 최 소장이 경찰 통제에 의해 참사 현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황당한 말이 된다.

"재판 지연 의도… 피고인 신문 응해야" 지적

최 소장 측이 실무 공무원 4명을 새로운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날 재판을 직접 참관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의 강솔지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 소장 측은 문서 작성에 관여한 낮은 직급의 공무원들을 모두 불러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공소사실에 핵심적이지 않은 내용"이라며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최 소장이 아직 현직에 있는 만큼, 직급 낮은 직원들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을 느낄 수 있다"라며 "최 소장 본인은 정작 피고인 신문을 받지 않겠다고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무책임한 태도"라고도 지적했다.

최 소장은 현재까지도 용산구 보건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검찰의 피고인 신문은 거부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최 소장 측 증인 신청 4명을 모두 받아들이는 한편, 최 소장 측에 "(검찰 측이 요청한) 피고인 신문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3월 22일로 잡혔다. 새로 추가된 증인 4명을 2회에 나눠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재판 지연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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