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지역 압도한 출생아 수… 결국 출산장려금이 갈랐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무려 7.69%나 감소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장려금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민일보는 국내 17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226곳의 출산장려금 현황(2023년 기준)을 전수조사했다. 또 단독 입수한 226곳 전체 기초지자체 출생자 수 증감 현황과 비교해 출산장려금 정책 효과와 지역별 차이 등을 분석했다.
국민일보가 17일 기초지자체 출산장려금 현황 조사 결과 인접 지역인데도 신생아 출생 차이가 큰 지역은 3곳이었다. 충북 충주·제천·단양과 전남 강진·장흥·해남, 충남 청양·예산이었다.
충주·제천·단양은 세 곳 모두 한 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사실상 공동생활권이다. 그런데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를 살펴보면 제천이 월등히 앞선다. 제천이 전년에 비해 무려 10.02% 오른 반면 충주는 같은 기간 3.89%, 단양은 5.00% 상승하는데 그쳤다.
단양의 경우 군 지역으로 인구가 다른 두 지역보다 훨씬 적고,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충주와 제천을 비교하면 일반적으로 교통과 생활환경에서 충주가 더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충주는 충북에서 청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로, 바이오헬스 국가산업단지 등 산업단지 13개가 현재 가동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부내륙선철도 판교역 개통 등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제천도 산업단지가 있고 중앙고속도로와 평택제천고속도로가 다니지만 수도권 접근성이 충주보다 떨어진다.
조사 결과 이 지역은 출산장려금 금액에서 큰 차이가 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충주는 다태아에게만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쌍둥이는 200만원, 세쌍둥이는 300만원이다. 충북도 차원에서 주는 지원금을 포함해 충주는 첫째는 1000만원, 쌍둥이는 2200만원, 세쌍둥이는 3300만원이 주어진다. 반면 제천은 첫째 1000만원, 둘째 1600만원, 셋째 이상은 4000만원을 지급한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평상시 충주의 출생아는 제천보다 2배가량 많았다. 그런데 최근 이를 역전한 것은 출산장려금 증액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장려금이 증액돼 지역에 사는 사람이 출산을 더한 것도 있고, 다른 지자체에서 주소지를 옮겨 오는 두가지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제천의 이원화된 출산장려금도 효과를 보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돈 대신 주택자금으로 받을 경우 셋째 이상을 낳으면 현금보다 많은 최대 4800만원을 지급한다.
전남 강진과 장흥, 해남도 마찬기자다. 서로 인접지역인데 강진은 기초지자체 최다인 5040만원을 첫째아부터 지급한다. 장흥은 첫째 300만원, 둘째 500만원, 셋째 700만원을 주고 해남은 320만원, 370만원, 62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출생등록율을 살펴보면 강진은 무려 65.59%가 오른 반면 장흥과 해남은 각각 2.96%, 16.14% 오르는데 그쳤다.
강진군 관계자는 “비슷한 규모인 전남 다른 기초지자체 출생이 대부분 한자릿수, 많아야 20~30명대인 것과 비교하면 장려금 증액 효과가 곧바로 출생아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강진은 2022년 출생아가 93명이었지만 지난해 154명으로 수직상승했다.
다만 일각에선 한 지역에서 출산이 많아지는 이유가 출산장려금보다는 인근 지방소멸지역 인구 뺏어오기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제천을 예로 들면 가까운 강원·충북 내륙지역에서 젊은층이 좀 더 살기 편한 제천으로 옮겨오기 때문에 출산 증가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근 군 단위 지역 출산이 줄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단양의 지난해 출생등록 증가율은 전년에 비해 5.00% 올랐고, 강원도 영월의 출생 등록도 전년 대비 8.08% 늘었다.
청양과 예산은 충남 중부 지역에 남북으로 나란히 붙어 있는 군이다. 출산지원금도 똑같다. 두 지역 모두 첫째를 출산하면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는 1500만원이 지급된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것에선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예산의 출생등록은 전년 대비 무려 21.65%나 올랐다. 반면 청양은 오히려 18.29%나 떨어졌다.
이 같은 차이는 지역 산업단지와 교통 등이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예산군은 지역에 도시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기업이 유치되는 점, 내포신도시 예산권역에 젊은층이 유입되는 점 등이 출산율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봤다. 예산군 관계자는 “산단이나 기업 등이 출산율을 100% 결정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역의 각종 인프라가 플러스 요인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양군은 공공기관 유치 및 산단 조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다방면의 시책을 실시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기업·인프라 등이 부족한 지역적 특성 때문에 출산은커녕 젊은층의 유입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청양군 관계자는 “인구소멸 위기인 우리 군은 인구 3만의 벽이 깨지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나마 충남도립대가 지역에 있어서 3만명 선은 방어가 가능하다”면서도 “때문에 도립대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는데, 이 학생들마저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 청양에 정착을 못하고 떠난다”고 토로했다.
사회2부 특별취재팀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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