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상속세 완화’ 언급 배경에 OECD 최고 수준 상속세율…‘부자감세’ 비판도

나상현 2024. 1. 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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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2024.01.17. 사진 대통령실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상속세를 겨냥해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밝힌 데엔 한국의 상속세율이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연)·대한상의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0.7%)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벨기에와 함께 공동 1위다. 특히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평가액에 할증(20% 가산)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최고 60%가 된다. OECD 평균치(약 25%)보다도 2배 이상 높다. 예컨대 A기업 최대주주 주식 100억원을 상속받으면 120억원으로 평가해, 그 50%인 60억원이 세액으로 결정된다.

oecd주요국 상속세 최고세율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대한상의]


높은 상속세율로 인한 여파는 최근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2022년 별세한 이후 배우자 유정현 NXC 이사와 두 자녀는 약 6조원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정부에 NXC 지분 29.29%를 물납했다. 정부는 자산 처분 절차에 착수했지만, 최근까지 두 차례에 걸친 공개 매각에도 입찰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만큼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세 부담은 삼성가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 세 모녀는 최근 총 2조7000억원 상당의 계열사 지분을 시간 외 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삼성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 1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도한 상속세율로 인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안정적인 지분 확보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당장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는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직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평소 소신을 말씀하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정부 차원에서 상속세 개편과 관련된 구체적인 플랜을 갖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상속세 개편은 사회 각계각층과 긴밀히 소통하고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최근 윤 대통령이 강조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함께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상속세 완화는 재벌의 사회적 책임론과 맞물려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입법 사안인 만큼 정부·여당의 의지만으로 추진되기 어려운 측면도 크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출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 국민 정서상 어렵기 때문에 재벌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한국 상속세제에 대한 30~40대 CEO들의 인식 [자료제공=경총]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0월 글로벌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상속세제에 대한 3040 최고경영자(CEO) 인식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85%가 상속세의 폐지 또는 최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업력 3년 이상, 연간 매출액 20억원 이상의 30~40대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총 140명이 응답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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