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내 자리 없다"는 12승 투수, 2024년 키워드는 '성장'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아직 팀에서 내 자리는 확실하게 없다. 작년만큼 2년은 더 해야 확실하게 내 자리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두산 베어스 우완 영건 곽빈은 지난해 '10승 투수'로 거듭났다. 2023 시즌 23경기에 나와 127⅓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의 성적을 기록, 팀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곽빈의 2023 시즌 성적은 우연이 아니다. 2022 시즌 27경기 147⅔이닝 8승 9패 평균자책점 3.78에 이어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두산은 물론 KBO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국내 우완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곽빈이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쉴 틈 없는 강행군을 소화하면서도 제 몫을 해냈다는 점에서 2023 시즌 성적은 의미가 더 크다.
곽빈은 이달 말 두산의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차분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두 외국인 투수의 뒤를 받치는 3선발 역할을 맡을 것이 유력하지만 몸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2024 시즌을 준비 중이다.
두산의 2024 시즌 선발진 구성은 다른 9개 구단 어느 팀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31경기 192이닝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한 알칸타라와 18경기 104⅔이닝 11승 3패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한 브랜든, 여기에 곽빈으로 이어지는 원-투-쓰리 펀치는 KBO리그 정상급이다.
여기에 좌완 영건 최승용과 우완 유망주 김동주, 베테랑 사이드암 최원준이 4~5선발 진입을 놓고 스프링캠프 기간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우완 파이어볼러 이영하도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노린다.
곽빈은 "지난해 잔부상이 많았기 때문에 몸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최근에는 하체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최원준 선배님, 이영하 선배님은 물론 최승용과 김동주까지 선발투수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내 자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년 내 성적이 좋았지만 그래도 2년은 더 그렇게 해야 확실히 내 자리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곽빈은 지난해 마냥 좋았던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 기간 갑작스러운 담 부상으로 한 경기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귀국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끌었던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야구 4회 연속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곽빈은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곽빈은 2023 시즌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쓴맛을 봤다.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선발투수로 출격했지만 3⅔이닝 4피안타 2피홈런 3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리그 5위에 오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22 시즌 9위로 8년 만에 '야구' 없는 가을을 보냈던 아쉬움을 털고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소기에 목적을 달성했다.
두산은 기세를 몰아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사상 첫 업셋(Upset)을 꿈꿨다. 선발투수 곽빈이 1차전에서 제 몫을 해준다면 충분히 NC와 좋은 승부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3-0의 리드를 잡고도 곽빈의 4회말 예상치 못한 난조 속에 역전패를 당했다. 두산의 2023년 가을 여정은 단 한 경기로 끝나고 아쉬움 속에 곧바로 2024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 15일 두산 구단 창단기념식에서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렸던) 10월 19일을 잊을 수 없다. 가슴 깊게 (패배를) 새기고 있다"며 "이 패배가 우리가 올해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곽빈은 "감독님이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얘기하셨을 때 사실 많이 찔렸다"고 웃은 뒤 "나도 많이 분했다. 솔직히 그때는 시즌 막판이라 힘도 많이 떨여져 있었다. 그 경기 결과가 많이 허탈했다"고 돌아봤다.
또 "지난해 잔부상이 없었다면 규정이닝을 넘겼을 것 같다. 나는 항상 목표가 앞선 시즌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근에 잔부사이 많았던 것 같다고 느꼈다. 하체 강화 훈련을 열심히 하면서 스프링 캠프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목표 의식도 밝혔다. 오는 11월 열리는 2023 WBSC 프리미어12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곽빈은 이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구성 시 엔트리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이상할 게 없는 위치의 투수다. 지난해 3월 WBC에서 2경기 2이닝 4피안타 3실점 3탈삼진,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판 불발의 아쉬움은 11월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 확실하게 털어냈다.
곽빈은 일본과의 결승전에 선발등판, 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6탈삼진 1실점 쾌투를 선보였다. APBC는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차 이내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지만 일본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강팀이었다.
곽빈은 150km의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의 조합을 앞세워 숱한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펼쳤다. 곽빈 스스로도 한층 더 자신감을 가지고 2024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곽빈은 "국제대회에서 내가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항상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내 공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통할지도 궁금하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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