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돌리기 없애고 콜라 회식…'MZ 공무원 퇴직 막기' 비상령
부하직원이 발령받은 부서에 찾아가 떡을 돌리던 풍경이 사라졌다. 회식때는 술 대신 콜라로 건배하며 부하 직원에게 건배사도 시키지 않는다. 자치단체 등 공직 사회에 불고 있는 조직 문화 개선 바람이다. 공직 사회는 주로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무원을 달래기 위해 이렇게 문화를 바꾸고 있다.
대구시는 17일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고 MZ세대 공무원의 퇴직을 막기 위해 근무 4대 혁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4대 과제에는 우선 ‘인사철 떡 돌리기 자제’가 있다. 떡은 주로 근무시간에 돌리면서 업무 공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방문일정 조율’ ‘떡 구매’ 등 불필요한 일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연가 사용 눈치 주기 자제다. 대구시는 부서장 대면결재 없이도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휴가 등을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연 근무제를 이용하는 직원 수가 2021년 6%에서 지난해 32%로 급증했다.
부서장 지시와 일정에 맞춘 저녁 술자리 위주 회식도 바뀐다. 예고된 점심 위주로 회식을 진행하는 등 ‘계획 없는 회식 자제’도 MZ 공무원 호응을 얻고 있다. 개인정보는 비상연락망 구축을 위해 최소 범위로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대구시 총무과는 지난 16일 점심에 술 대신 콜라를 든 잔으로 건배하며 회식했다. 약속도 부서원이 원하는 날로 잡았다. 대구시 한 MZ 공무원은 “예전엔 ‘오늘 저녁에 회식이나 할까’라며 급하게 회식이 잡혀 개인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은 달라졌다”며 “의례적인 떡 돌리기도 사라져 새 업무를 익히는데 시간을 더 쓸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조직 내부의 낡은 관행을 타파하는 극세척도(克世拓道)의 자세로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시에서는 1990년대 이후 출생한 공무원 기준 2022년에는 65명 중 17명, 지난해에는 89명 중 8명이 퇴직했다.
각 지자체도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 2021년 9월 새내기 공무원(9급)이 부당한 지시와 대우, 과중한 업무 등을 이유로 극단 선택했던 대전시는 회식 강요 금지와 휴가 적극 권장, 유연 근무 사용하기 등 대책을 마련했다. 또 회식할 때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건배사 시키는 문화가 사라졌다고 한다. 대전시 한 직원은 “건배사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건배사를 시키면 긴장한 나머지 음식 맛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또 휴가는 과장(4급)까지 받던 결재를 팀장(5급)까지로 제한했다. 호칭에 따른 위화감을 없애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6급 이하 직원은 모두 ‘주무관’으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직원 요구 사항과 주장을 언제든 전달할 수 있도록 공무원노조에 소통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는 최근 5년만 재직해도 장기 재직휴가를 5일 부여하기로 했다. 경남 김해시는 지난해 10월 새내기 공무원이 오기 전 심리상담, 전보제한 완화 등 업무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두기도 했다.
5년 새 젊은 공무원 퇴직 2배 증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에게 공무원연금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5761명이던 2030세대 퇴직자 수는 지난해 1만1067명으로 2배 수준이 됐다. 인사혁신처가 자체 설문조사를 해 분석한 결과 공무원 퇴직의 주된 원인으로 ‘낮은 보수’ ‘경직된 공직문화’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가 꼽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지방공무원 보수를 전년 대비 2.5% 올려 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저연차 청년세대가 주를 이루는 9급 공무원은 봉급이 1호봉 기준 6% 인상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재들이 보수 때문에 떠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봉급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대전·대구=신진호·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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