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건축왕에 사기죄 법정 최고형 징역 15년 구형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에게 검찰이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

인천지검은 17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 A씨(63)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또 범죄 수익 115억여원 추징을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7∼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A씨가 자금경색으로 인해 대출이자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보유한 다수 주택들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는 등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 데도 피해자 191명을 기망해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합계 약 148억 원을 편취했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피해 회복에 노력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사업이 어려워졌을 뿐이라고 범행을 부인 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A씨 등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의 사기 혐의는 관련 요건에 해당 사항이 없다”며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임차인들과 임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아침저녁으로 피해 복구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1년여간 감옥에서 설거지도 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 일당의 전체 전세사기 혐의 액수 453억원(563채) 가운데 148억원만 이날 재판에서 다뤄졌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305억원(372채)과 관련한 재판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A씨는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부지를 확보하려고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회사 대금 총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횡령한 공사대금을 메꾸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사용하면서 보유 주택의 경매와 전세보증금 미지급 사태까지 불러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국내 전세사기 사건 중 처음으로 A씨 일당에게 ‘범죄집단조직죄’도 적용한 상태다.

A씨는 앞서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별도로 재판계속 중인 피고인들의 전세사기 범행과 관련한 사기, 범죄단체조직, 특정경제범죄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사건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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