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올림픽 나가고 싶어... '너까지 루지하면 어쩌냐'는 어머니 설득"
[박장식 기자]
▲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여자 1인승에 출전하는 김소윤 선수. |
ⓒ 대한루지경기연맹 제공 |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의 '포문'을 여는 썰매 종목,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르는 청소년 루지 국가대표팀은 며칠 남지 않은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루지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가 16일 비대면으로 열렸다. 이번 미디어데이에는 김보근 선수를 비롯해 '남매 선수' 김소윤·김하윤 선수와 볼프강 스타우딩거 감독, 임남규 코치가 참석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부산 사나이'인 김보근(상지대관령고) 선수. 청소년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결심으로 친형이 하던 종목에 뛰어든 김보근 선수는 가족을 한 달이나 설득해 결국 '루지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김보근 선수는 "강원 대회를 통해 정상으로 올라가는 발판을 만들고 싶다"며 각오했다.
"스타트 구역, 난이도 높은 편... 선수들 극복 봐달라"
이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임남규 코치는 "메달도 중요하지만, 청소년 올림픽에서 얻을 수 있는 선수들의 의미를 중점으로 두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청소년 올림픽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니, 동기부여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볼프강 스타우딩거 감독도 "평창 트랙에서 최대한 많은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많은 훈련을 실시하였다"라면서, "그중에서도 스타트 기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그 부분을 중점으로 두고 훈련했는데, 첫 공식훈련에서 김소윤 선수가 3위의 기록을 보일 정도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임남규 코치는 '지도자'로서 처음 대중 앞에 드러나는 대회가 이번 강원 청소년 올림픽이다. 임 코치는 "선수들이 처음 왔을 때보다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자신감을 얻는 것을 보면서 지도자로서의 열정이 높아지는 것 같아 좋다"고 웃었다.
특히 선수들이 한국에서 펼쳐지는 유스컵, 대륙 대회 등을 통해 실력을 쌓은 것도 좋은 요인이다. 임남규 코치는 "청소년 올림픽의 규모가 크다 보니, 선수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과 긴장감을 미리 느끼면서 자신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앞선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고 평했다.
볼프강 스타우딩거 감독은 트랙에서의 관전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주니어 스타트가 평평한 데다 깊은 커브가 있어서 난이도가 높다"며, "스타트를 선수들이 어떻게 극복하는지 봐주시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평창 때도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9번 커브'를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주행하는지도 봐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볼프강 스타우딩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세계에서 온 최고의 루지 선수들과 겨루는 것을 흥미롭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관심 역시 부탁했다.
▲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남자 1인승에 출전하는 김보근 선수. |
ⓒ 대한루지경기연맹 제공 |
이번 대회 남자 1인승에 출전하는 김보근 선수가 루지에 입문한 계기는 친형 김지민 선수다. 원래 야구를 하던 김보근 선수는 루지 스타트대회 공고를 본 형이 '너도 나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보근 선수는 "대회에서 만난 코치님이 '청소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권유해주셨는데, '그 기회를 잡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시작했다"며 말했다.
하지만 형제가 모두 루지를 하겠다고 하니 부모님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을 터. 부모님은 '형도 루지를 하는데, 너도 루지를 타다가 다치면 어떻게 하냐'고 말렸단다. 하지만 김보근 선수도 끈질겼다. 김보근 선수는 "어머니께 계속 한 달 동안 부탁하고 말씀도 드린 끝에 '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야기했다.
그렇게 '루지 유학'을 떠나 대관령상지고등학교에 진학한 김보근 선수. 특히 대관령상지고는 루지 외에도 봅슬레이·스켈레톤 운동부도 함께 있다. 김보근 선수는 "다른 종목을 하는 친구들에게 '너희는 무서울 때 어떻게 극복하냐'며 물어보고, 운동 방법도 공유하곤 한다"고 말했다.
김보근 선수가 이번 대회에 나서는 각오는 어떨까. 김보근은 "홈 트랙이지만, 스타트에서 순위가 매겨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스타트 구역에 맞는 힘과 웨이트를 만들어서 스타트 기록을 많이 줄이려고 하고 있다.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부딪히지 않고 깔끔하게 주행해 5위 내에 들고 싶다"고 이번 대회 목표를 전했다.
그러며 김보근은 "강원을 통해 정상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한 발판이 이번 대회라고 생각하고 임하려 한다"고 각오했다.
루지는 이번 대회 가장 빠르게 마무리되는 종목이기도 하다. 김보근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나면 다른 올림픽 경기장도 가보고, 이것저것 관람하면서 후회 없이 체험하고 돌아가고 싶은데, 개인적으로는 아이스하키도 관람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남자 2인승에 출전하는 배재성(왼쪽)·김하윤(오른쪽) 선수. |
ⓒ 대한루지경기연맹 제공 |
이번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 '남매 선수'로 나서는 김소윤·김하윤 선수도 있다. 김소윤 선수는 여자 1인승에, 김하윤 선수는 배재성 선수와 짝을 이뤄 남자 2인승에 출전한다. 복싱 등 다른 운동을 하다가 루지에 입문하게 된 두 선수는 집과 학교가 있는 인천, 그리고 경기장이 있는 평창을 오가는 노력을 이어왔다.
긴 이동거리와 훈련이 쉽지는 않을 터다. 하지만 김소윤 선수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일이 많다보니 어렵긴 하지만,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겪고 있으니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의연해했다.
오히려 가족끼리 함께 한 종목을 뛰니 좋은 점도 있다. 김소윤 선수는 "힘든 일 있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서로 이야기하곤 한다. 특히 가족이니 서로 든든하다는 느낌도 든다"며 이야기했고, 김하윤 선수도 "안 되는 게 있으면 가족끼리 이야기해서 풀 수 있는 점이 편하다"고 말했다.
루지가 다른 종목에 비해 좋은 점이 있을까. 김하윤 선수는 "천 분의 일 초라는 짧은 시간에 승패가 갈리는 스릴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고, 김소윤 선수도 "커브 하나하나를 안전하게 지나면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과정이 감동적인 스포츠"라며 루지의 장점을 소개했다.
그런 두 선수에게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집'이다. 김소윤 선수는 "커브 난이도가 높지만, 한국 선수들이 많이 뛰었던 만큼 항상 같은 라인을 타면서 시간을 줄이려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김하윤 선수도 "루지에 처음 도전할 때부터 수 없이 트랙을 타 왔다"며, "조종 방법을 아니 잘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소윤 선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청소년 올림픽의 취지에 맞게 한국에 와서 한국 문화를 즐기고,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본국에 돌아갔으면 좋겠다"면서도, "이번 대회에서 5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했다. 김하윤 선수도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이 목표인데, 후회 없는 성적을 기록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번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의 루지 종목은 20일부터 경기가 펼쳐진다. 20일에는 여자 1인승과 남자 2인승이, 21일에는 남자 1인승과 여자 2인승 경기가 열린다. 23일에는 팀 계주가 펼쳐져 이번 청소년 올림픽의 시작을 장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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