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배달하며 2억 벌었다"…中 '밑바닥 성공기' 불편한 진실

김지혜 2024. 1. 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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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기사로 일하며 3년간 2억원 번 중국 '배달의 왕'. 사진 펑파이신문 캡처

중국 청년들이 경제 부진과 역대급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현지 매체가 '밑바닥 성공 사례'를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펑파이신문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20대 청년이 배달 기사로 일하며 3년 만에 102만위안(약 1억9000만원)을 벌었다고 지난 13일 전했다.

올해 26살인 천쓰 씨는 80만 위안(약 1억5000만원)을 빌려 고향인 장시성 푸저우에 음식점을 차렸으나 5개월 만에 큰 손실을 보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일자리를 얻기 위해 상하이로 거처를 옮겼다. 갖은 고생 끝에 '배달의 왕'이라 불리며 큰돈을 벌었고 현재는 빚을 다 갚은 상태다.

그는 "큰 도시에서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2019년 상하이로 갔다"며 "식당 주방에서 일하며 1만3000위안(약 242만원)의 월급을 받았지만 배달 기사가 더 많이 버는 것을 보고 1년 만에 배달 일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3시간 자고 남은 시간은 오직 배달에만 매달려 하루 180∼200건을 처리했다"며 "그게 가능하냐며 의심하는 사람도 많지만 상관없다. 어쨌든 나는 해냈다"고 덧붙였다.

하이바오신문도 지난 15일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 일을 해 7년 만에 빚을 갚고 집까지 장만한 30대 셰언쑹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안후이성 출신으로 18살 때 산둥성 지난에서 벽돌을 쌓는 미장 일을 배웠다는 그는 "세 식구가 매달리면 보름 동안 재료비까지 합쳐 4만위안(약 744만원) 안팎을 벌 수 있다"며 "하루 일당이 2000위안(약 37만원) 정도 돼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낫다"고 말했다.

구파이신문은 올해 21살인 자오모 씨가 가업인 폐품 수집상을 이어받아 한 해 20여만위안(약 4000만원)을 벌며 평범한 직장인보다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친구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폐품을 수거하는 궂은일을 해도 여자친구를 사귀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밑바닥 성공 사례의 잇단 언론 보도를 두고 일각에선 당국이 제대로 된 고용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청년층의 '링훠취업(靈活就業·정규직이 아닌 자유직 종사)'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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