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너무 비싸” 경기 아파트 매입 46%↑

한 시민이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는 모습. 윤웅 기자

서울 사람이 경기 지역 아파트를 산 사례가 지난해 급증했다. 서울에서 전·월세를 살다가 내 집 마련을 위해 경기행을 결정했거나 좀 더 넓은 집에 살기 위해 외곽으로 나간 사람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보유한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현황을 집계한 결과 서울 거주자가 지난해 1~11월 매수한 경기 소재 아파트는 1만2679채로 12개월치인 2022년 전체 9170채보다도 38.3% 많았다.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같은 기간 매입한 8704채와 비교하면 45.7% 늘었다.

서울 사람이 경기도 아파트를 사는 데는 다양한 사정이 있겠지만 내 집 마련이나 더 쾌적한 주거 생활을 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지역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 등 일상 거점이 여전히 서울이기 때문에 되도록 서울과 가깝거나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이주하게 된다.

경기 지역별로 지난해 11개월간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아파트는 고양이 1397채로 가장 많고 용인 1066채, 김포 972채, 남양주 907채, 수원 818채 순으로 많았다. 이들은 서울과 경계를 맞대고 있거나 서울로 연결되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곳이다. 초중고 각급 학교와 각종 편의시설을 비롯해 생활 인프라가 잘 조성된 지역이기도 하다.

경기 이주자들은 서울 집값이 내려갔다고는 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고금리 지속 상황에서 지난해 전셋값까지 다시 오르자 서울 인접지 아파트 매수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146만원으로 경기 평균(5억1662만원)의 2배가 넘었다. 역시 평균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5억3061만원)이 경기도에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1400만원가량 더 비싸다. 지난해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이 5월 저점 대비 1451만원 오르는 동안 서울은 2배 가까운 2848만원 오르며 문턱을 더욱 높였다.

연도별로 서울 거주자의 경기 아파트 매입은 2019년 2만580건에서 집값이 고점을 찍은 2020년 4만5959건으로 급증했다. 2021년 3만3833건으로 줄기는 했지만 2014~2019년 2만건대를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마찬가지로 압도적이었다.

경기 내에서는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1월 경기 지역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 전·월세 거래 19만46건 중 월세가 8만3918건으로 55.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2019년 43.0%에서 2020년 46.7%, 2021년 49.4%, 2022년 53.9%에 이어 지난해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요가 늘면서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도 2020년 793건에서 지난해 6872건으로 급증했다.

부동산R114는 지난해 수도권 분양물량이 2022년(8만7170가구) 대비 1만8000가구 넘게 감소한 6만8633가구로 2012년 이후 가장 적었던 것으로 집계했다. 2020년 10만9306가구였던 이 물량은 매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올해 예상 물량은 5만9850가구로 지난해보다 8800가구 정도 적다.

분양 감소는 향후 입주 감소로 이어지며 매매와 임대차 시장 모두에 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수도권 입주 예상 물량은 13만3870가구로 지난해 15만9609가구보다 2만6000가구 가까이 적을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11만2579가구로 더 줄어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부동산R114는 관측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