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조선 추정 토기 있는데… 문화재 조사 전 원형지 훼손"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양촌국방산업단지 조상사업부지 내에서 확인된 자기 편(위)과 공장 공설 공사로 원지형이 크게 훼손된 인접지 |
ⓒ 재 |
충남 논산시가 업체 측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추진 중인 국방일반산업단지(양촌면 임화리) 조성 사업과 관련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기도 전에 원형지가 훼손돼 논란이다. 시민단체에서는 논산시가 업체 편의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논산시(시장 백성현)는 지난 2022년 9월 화약류 제조 및 저장시설을 조성하려는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아래 KDind)와 공사 진행, 인허가 과정에 대한 협력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Dind는 국내 방산 체계 종합업체로 지난 2020년 11월 한화그룹에서 종업원 지주회사 형식으로 매각했다. 현재 세종과 대전에 각각 본사와 연구소, 보은·구미에 생산공장을 두고 방산물자를 생산, 개발해 양산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KDind는 논산시 양촌면 임화리 7만 여평 부지에 오는 2026년까지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주 업종은 '무기 및 총포탄 제조업'으로 이 중에는 확산탄금지협약에 의해 금지된 비인도적 대량파괴 무기인 확산탄(집속탄) 생산도 포함돼 있어 관련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 논산 임화리 양촌 국방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부지 내 문화재지표조사 결과. 보라색 부분은 고려-조선시대 토기 편이 확인돼 유물산포지 지정을 통한 시굴조사가 필요한 구역이고 인접한 녹색 부분은 원지형이 이미 훼손된 구역이다. ( (재)충청문화재연구원 관련 조사보고서 발췌) |
ⓒ (재)충청문화재연구원 |
이 과정에서 문화재 지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충청문화재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초 KDind 의뢰로 해당 산업단지 조성 부지에 대한 문화재지표조사를 벌였다. 관련법에는 건설공사의 규모에 따라 건설공사의 시행자는 해당 건설공사 지역에 국가 유산이 매장ㆍ분포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에 매장 유산 지표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지표조사 결과 대상지 구릉 사면 말단부에서 고려-조선시대로 판단되는 토기 및 자기편이 다수 확인됐다. 하지만 토기와 자기편이 나온 인접 지역은 업체 측의 1단계로 공사로 진행 중으로 원 지형 대부분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조사단은 조사보고서를 통해 '대상지 구릉 사면 말단부에서 고려-조선시대로 보이는 토기 및 자기편을 다수 확인했다, 하지만 나머지 구릉 말단부와 경작지 일부 지역은 건축행위가 진행 중이었고 원 지형 대부분이 훼손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유물이 확인된 지역을 중심으로 (원형지가 훼손되지 않은) 2만 3천여 제곱미터(약 7천 평)를 유물산포지로 지정, 이 중 일부 지역(7251제곱미터, 약 2천 평)에 대한 시굴 조사로 유물 존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원 지형이 훼손된 구역은 무기 및 총포탄을 제조하는 KDind의 자회사인 '케이디솔루션'이 18,486㎡(임화리 306-4번지)와 9,351㎡(임화리 306-4번지) 규모로 나눠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공사를 추진 중이다. 또 KDind도 산업단지 예정 부지 내 일부 부지(306-1, 산 112-1)에 개별입주 시설(저장시설)을 건축 중이다.
충청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 관련 법에 3만 제곱미터 이하의 사업 면적에 대해서는 관할 자치단체에서 자체 판단해 문화재지표조사를 하지 않고 인허가를 내줄 수 있게 돼 있어 개별입주기업 부지에 대한 사전 지표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원형지가 훼손된 공사 구역은 토기 및 자기편이 확인된 곳과 50미터 정도로 인접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비인도적 대량파괴 무기 생산업체 논산 입주 반대 시민대책위원회'(아래 시민대책위)는 "공사시행사 측이 문화재 지표조사를 피하려고 사업 부지를 잘게 쪼개는 방법으로 사업 규모를 줄인 것"으로 의심한다.
논산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가 산업단지 조성 예정부지 인지 알 지 못했고, 관련법상 3만 제곱미터 이하의 사업 규모에 대해서는 유물산포지가 아닌 경우 강제로 문화재지표조사를 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산업단지 예정 부지의 경우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고 있지만 소규모로 개별입주를 신청한 시설은 현재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를 득하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정 면적 이하의 경우 소규모환경영향평가로 관련 절차를 빠르게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022년 10월, 논산 시민단체 회원들이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 생산업체 KDI 입주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
시민대책위는 "KDind가 산업단지를 조성해 가동하고자 하는 핵심 시설이 산업단지에 준하는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건설되고 있는 것"이라며 "사업 면적 15만 제곱미터(약 4만 5천 평) 이하의 산업단지 조성 사업 때는 사계절에 걸친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아도 돼 다른 회사를 내세워 부지를 잘게 쪼개는 방법으로 짧은 기간 내에 완료할 수 있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논산시가 위험물 생산업체임에도 업체 측 편의만 내세워 문화재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논산시 관계자는 "KDind와 케이디솔루션은 같은 회사로 현재 여러 사정 때문에 따로 사업을 벌이지만 향후에는 합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단지 조성의 경우 준비기간이 연 단위로 소요돼 신속한 입주 절차를 위해 개별입지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개별입지를 신청했을 때도 부지와 공장의 면적에 따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행정절차를 엄격히 밟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논산시민단체는 지난 2022년 12월, KDind 입주 반대시민대책위를 구성해 서명 운동 등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양촌면 주민대책위'(양촌지킴이)가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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