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비밀 말해 줘"…GPT스토어에 줄잇는 'AI 여친봇'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GPT 스토어’ 문을 연 지 일주일째, ‘여자친구 챗봇’이 줄줄이 판매되고 있다. 정서적 관계를 갈구하는 인간에게 해결책이 될지, 감정의 빈자리와 외로움을 악용한 돈벌이 수단이 될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17일 GPT 스토어에서 ‘여자친구’를 검색하면 ‘당신의 마음에 달콤한 기쁨을 선사할 가상의 여자친구’ ‘대화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녀’ ‘비밀이 있으면 들어 줄게’ 등의 설명이 적힌 챗봇이 다수 등록돼 있다. 영어로 여자친구를 의미하는 ‘girlfriend’를 입력해도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친구 주디’ 등의 챗봇을 확인할 수 있다. GPT 스토어는 개발자가 따로 만든 챗봇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미국 경제 매체 쿼츠에 따르면 한 챗봇을 선택하면 ‘당신이 꿈에 그리던 여자는 어떻게 생겼나요?’ ‘당신의 가장 은밀한 비밀을 말해 주세요’ 등의 시작 메시지가 표시되기도 했다. 한때는 ‘Korean Girlfriend’(한국 여자친구)라는 검색 결과도 있었다.
이미 많은 ‘여친봇’이 판매 중이지만, 이런 형태의 챗봇은 오픈AI가 가진 사용 정책에 위배될 수 있다. 오픈AI는 규정에 ‘로맨틱한 관계를 유도하거나 금지된 행위를 하려는 GPT 생성을 금지한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심리적으로 취약한 이용자에게는 AI 제품이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3년 개봉 영화 ‘그녀(Her)’에서처럼 사람이 AI와 사랑에 빠질 정도로 과몰입하며 나아가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2017년 출시된 AI ‘레플리카’는 이용자와 로맨스를 나누며 성적인 콘텐트를 공유하는 기능을 제공했다가 지난해 이탈리아 정부 데이터보호청의 지적에 따라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2021년에는 국내 개발사 스캐터랩의 AI ‘이루다’가 성희롱 등 사회적 문제에 휩싸인 적도 있다.
쿼츠는 “AI 챗봇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립돼 있을 때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인간의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픈AI의 사례는 GPT를 규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며 “다만 기업들은 AI와 관련해 보고된 문제를 빠르게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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