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간 없었던 위기 덮쳤다"…중국 '208만명 감소' 쇼크

신경진 2024. 1. 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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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인구가 203만명 감소했다고 중국 당국이 발표했다. 지난 5일 우한 한커우 공원의 가족 조각상에 아이들이 놀고 있다. 부부와 세 자녀 가족상이 중국의 세 자녀 허용 정책을 상징한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지난해 인구가 208만명 줄었다. 지난 2022년 85만명이 감소하면서 -0.6‰(천분율)을 기록했던 인구 자연증가율은 -1.48‰로 감소 폭을 키웠다. 중국 인구가 2년 연속 감소한 건 마오쩌둥이 추진했던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발생한 대기근(1959~60년) 이후 62년 만에 처음이다.

17일 캉이(康義) 중국 국가통계국장은 지난해말 중국의 인구가 14억 967만명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208만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902만명, 사망자는 1110만명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사망률 7.87‰로, 중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문화대혁명 시기인 1969년의 8.06‰ 이래 54년 만에 최고치다. 중국의 인구 통계는 매해 11월 1일 표본 조사로 집계한다. 2022년 12월 급작스러운 '위드코로나' 전환으로 발생한 사망자가 처음 통계에 반영되면서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이 두 해 연속 인구가 줄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인구학적 분수령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푸셴(易富賢)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연구원은 X(옛 트위터)에 “2020년 중국의 신생아 1202만명, 2023년 902만명은 청나라 시기인 1883년, 1762년 출생아 숫자와 비슷하다”며 “중국이 천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인구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유엔은 2022년 세계 인구 전망에서 중국의 인구 추이를 2023년 출생률 1.19, 2050년 1.39, 2100년 1.48로 상승한다는 전제로 2100년 총인구 7억6700만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2023년 실제 출산률 1.0를 적용하면 2050년 10.6억명, 2100년 3.9억명으로 감소한다.

반면 2100년 미국 인구는 3.66억명(미국 인구조사국)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100년 인도 인구를 15.3억명으로 예상했다.

차준홍 기자


중국 문명이 쇠퇴할 거란 우려도 나왔다. 인구 전문가 량젠장(梁建章) 시트립 대표는 17일 자신의 SNS에 “2023년 중국의 합계 출산율 1.0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보충출생률의 절반이자 한국(0.78)보다 약간 높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선진국 평균인 1.5, 일본의 1.3보다도 낮은 수치”라고 우려하는 글을 발표했다. 그는 “중국은 심각한 저출산으로 향후 극심한 노령화와 급격한 인구 감소가 불가피하며 그 결과 장기적인 경기침체, 국력 및 중국 문명의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중국의 출생률이 올해 다소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인구 전문 싱크탱크인 ‘위와(育媧)인구연구’의 인구전문가 허야푸(何亞福)는 “올해는 지난 코로나19 3년간 출산을 미뤘던 부부의 출산, 2023년 혼인 신고의 증가, 상서로운 용띠 해를 맞아 출산붐이 일면서 소폭 반등할 것”이라며 “다만 가임기 여성의 감소, 미혼 및 불임 인구의 증가로 인구 감소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인구 감소가 미·중 전략 경쟁을 포함한 지정학적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푸셴 연구원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관방 경제학자들은 과장된 인구 통계를 근거로 중국 경제가 미국의 2~3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함으로써 정치 지도자의 야망을 부풀렸다”며 “중국 당국은 중국의 부상으로 특징지어지는 100년간 보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전 세계가 중국의 인구와 문명의 급속한 감소로 유례없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17일 베이징에서 어린 아이가 유모차를 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날 중국 인구가 지난해 203만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이 연구원은 “미국·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EU·일본·한국도 고령화와 이로 인한 경제 침체에 직면하면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2년 77%에서 2022년 55%로 떨어졌다”며 “미·중 두 나라의 강경 매파가 전망하는 공세적인 중국 사자와 역동적인 미국 호랑이의 치열한 결투는 결국 병든 늙은 고양이와 삐쩍 마른 개 사이의 장난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출산율 높이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최대 여성조직인 부녀자연합회 지도부를 집무실로 불러 “젊은이들의 결혼·출산·가정관에 대한 지도를 강화하고 출산 지원을 촉진하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지침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중국의 남성 지도자가 여성에게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를 낳도록 지시했다”며 가부장제 회귀 논란을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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