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이 띄운 수능 공정론, 정순신 아들 학폭에 밀렸다

이후연 2024. 1. 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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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해 12월 8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대학 지원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입학전형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하는 항목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인성·봉사활동’이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줄곧 1위를 차지하던 ‘수능’은 이번 조사에선 ‘특기·적성’에도 밀리며 3위에 꼽혔다.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 논란’ 등의 영향으로 대입에 인성 평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여론이 수능의 공정성을 앞섰다는 분석이다.


“대입에 인성·봉사활동 반영” 수능 제치고 1위


차준홍 기자
한국교육개발원이 17일 공개한 2023 교육여론조사(KEDI POLL) 결과에 따르면, 대입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하는 항목으로 ‘인성·봉사활동’을 꼽은 응답자가 2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특기·적성(26.0%), ▶수능(25.4%), ▶고교 내신 성적’(18.7%) 순이었다. 교육여론조사는 1999년부터 매해 실시하는 교육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로, 올해는 만 19세 이상 75세 미만 전국 성인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 31일부터 8월 17일까지 3주간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입시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지난해 1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문항은 2011년부터 묻기 시작했다. 2011·2012년 등 조사 초기에는 ‘고교 내신 성적’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꾸준히 우상향하던 ‘수능’이 2018년에 1위를 기록했고,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수시 입학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뒤에는 매해 30%가 넘는 압도적 1위로 선정돼 왔다.


학폭에도 서울대 정시 합격 논란…“대입에서도 도덕성 중요”


정순신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국사편찬위원회, 국립특수교육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녀 학교폭력 사안 부당 개입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인성·봉사활동’이 수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건 6년 만의 변화다. 지난해 2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알려지며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건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정 변호사 아들이 학폭 가해자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는데도 서울대에 정시 전형으로 합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능만 보는 정시 전형에서도 학폭 감점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후 교육부는 2025학년도엔 대학 자율로, 2026학년도부터는 모든 대입 전형에 학폭 징계 기록을 반영하기로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초·중등 학교 교육뿐 아니라 대입에서도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와 도덕성을 함양시킬 수 있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치원 학부모 43.8% “사교육 때문에 가족 간 대화 부족”


사교육에 대한 불안감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를 따로 분리해 설문 결과를 분석했는데, 사교육 의존도와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

‘자녀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가족 간 대화가 부족하다’는 문항에 대해 유치원 자녀를 둔 경우 43.8%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42.0%)보다 많았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의 34.3%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자녀가 사교육에 의존하고 스스로 공부하지 못할까봐 걱정된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34.8%가 ‘걱정된다’고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유치원 학부모 중 절반에 가까운 비중이 사교육 때문에 가족 대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조사 결과는 사교육 의미에 대한 제고가 절실하게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학벌주의 심화할 것 34.3%, 3년 전보다 14%포인트 늘어


사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
학벌주의나 대학 서열화가 전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학벌주의가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은 2020년 20.6%에서 지난해 34.3%로 증가한 반면, 약화될 것이라는 의견은 같은 기간 16.5%에서 10.1%로 감소했다.

대학 서열화도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2020년 23.7%에서 지난해 32.0%로 늘었고, ‘약화될 것’이라는 의견은 같은 기간 12.6%에서 10.7%로 줄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 분야 양극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역의 교육여건과 환경 차이 등 교육 양극화 극복을 위한 면밀한 분석과 후속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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