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또 간병 살인... "정부와 지역사회 노력 있어야"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대구 달서경찰서는 17일 오전 8시 20분쯤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50대 아들이, 거주지에서 80대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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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중증 장애인을 간병해 오다가 견디지 못해 살해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간병살인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17일 오전 치매를 앓던 부친과 그를 돌봐온 아들이 숨진 채 발견돼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8분께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사람이 숨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이 아파트에 사는 50대 아들 A씨가 화단에서, 거주지에서는 80대인 아버지가 머리 쪽에 둔기를 맞고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망한 아들은 15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온 아버지와 함께 거주하면서 병간호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살던 거주지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묻히고 싶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 A씨가 아버지 B씨를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밀 감식을 실시한 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대구 남구 이천동의 한 가정집에서 1급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아버지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형사2부는 지난 5일 살인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자신의 집에서 아들 B(39)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A씨는 자신의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해 의식불명 상태였으나 외출 후 돌아온 A씨의 부인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B씨가 장애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식사와 목욕 등 간병을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해자의 어머니와 동생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A씨가 아들을 돌보아온 점 등을 고려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유족에게 장례비를 지원하는 등 피해자 지원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간병살인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2021년에는 수성구에서 20대 아들이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50대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시민단체, 정부와 대구시에 공공책임돌봄 입법화 등 촉구
지역에서 간병살인이 잇따라 발생하자 지역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방관으로 인해 여전히 가족 돌봄 살인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공책임돌봄 입법화를 촉구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현행 사회안전망 밖에 방치된 가족돌봄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컸지만 눈에 띄는 개선책은 여전히 부재하다"며 "노노간병, 독박간병, 간병살인, 간병지옥 등 신조어를 양산하며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 고령화와 가족규모 축소 또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가족돌봄 기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돌봄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문제"라며 "반복되고 있는 가족돌봄 살인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비상하게 더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 간병급여 도입, 중증 장애인에게 필요한 만큼의 활동지원서비스 제공 등 보편적이면서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공공책임돌봄시스템 로드맵을 하루빨리 설계하고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현행 제도에서 중장기적인 가족돌봄은 누구라도 언제든지 메디컬푸어로 추락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라며 "이런 비극적 사건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 입법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도 "매년 여러 차례 벌어지는 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은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역사회 내에서 제대로 된 지원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대구에서는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은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삶을 선택하는 것보다 쉬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중증 장애인과 그 가족의 극단적인 선택의 이유는 분명하다"며 "지역에서의 중증장애인에 대한 형편없는 지원체계로 인하여 이에 대한 지원의 책임은 가족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는 더 이상 장애부모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며 "중증장애인의 지원체계, 자립지원, 돌봄부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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