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빅5' 쉘, 홍해 운항 스톱…美 공격에도 후티 미사일 쏘아댄다

박소영 2024. 1. 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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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거듭된 공격에도 예멘의 친(親)이란 세력 후티 반군이 홍해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쉘은 홍해 운항을 무기한 멈추고, 볼보(자동차)·미쉐린(타이어) 등도 물류 운송에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이 일부 중단됐다.


후티, 美 공격에도 계속 미사일 쏜다

후티 반군이 만든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이 지난 10일 예멘 수도 사나의 광장에 전시돼 있다. 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전 발사 준비를 마친 후티의 대함 탄도미사일 4기를 파괴했다"며 "홍해 지역의 상선과 미 해군 함정에 위협이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에서 "우리는 후티에 대해 몇 차례의 추가적인 저강도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며 "이 같은 공격으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은 미군이 지난 12, 13일 예멘 내 후티 근거지 수십 곳을 타격한 데 이어 후티에 대해 이뤄진 세 번째 공격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런데도 후티는 아랑곳하지 않고 몇 시간 후 홍해 남쪽 예멘 앞바다에서 몰타 선적의 그리스 소유 벌크선 조그라피아호에 미사일을 쐈다. 우크라이나인 20명, 필리핀인 3명, 조지아인 1명이 승선했는데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후티는 성명을 통해 "우리 해군이 사격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선박이 응답을 거부해 선박을 목표로 작전을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부터 미군과 후티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홍해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 긴장이 더 큰 상황으로 변할 수 있다"며 "특히 예멘에서 이란과 미국이 대결할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미국이 아덴만에서 후티에게 향하던 선박을 발견하고 이란제 미사일 부품 등 무기류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홍해 운항 더 감소…EU도 보호 작전 추진

신재민 기자

미국의 직접 개입에도 후티의 공격이 대담해지면서 선박의 홍해 운항은 더욱 어려워졌다.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3~15일까지 홍해 아덴만에 도착한 벌크선 건수가 지난 12월 1~15일에 비해 25% 감소했다. 컨테이너선은 이미 지난 12월 초 이후 90% 떨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선박들의 전쟁 위험 보험료도 몇 주 만에 10배로 늘어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현재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에 선박 가액의 1% 상당의 전쟁 위험 보험료를 부과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10분의 1 수준이었는데 미군의 공습 이후 치솟았다. 1억 달러(약 1344억원)짜리 선박에 대한 보험료가 100만 달러(약 13억4400만원)란 뜻이다.

이로 인해 세계 5대 석유회사 중 하나인 쉘이 이날 홍해 항로 운항을 무기한 중단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쉘은 홍해에서 유조선이 공격받을 경우 대규모 해상 원유 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승무원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 3대 해운사 중 하나인 니폰유센도 이 같은 이유로 홍해 항로 운항을 중단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물류 운송이 어려워지면서 다른 기업들도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자동차 기업 볼보는 이날 기어박스 납품이 지연돼 이번 주에 3일간 벨기에 공장 생산을 멈춘다고 밝혔다. 이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도 원자재 공급 지연으로 오는 20~21일 스페인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홍해 물류 운송이 악화하면서 유럽연합(EU)도 홍해에서 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해군 작전을 추진하는 데 동의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고위 EU 외교관들이 이 같은 작전을 추진 중으로 홍해에 다기능 구축함 또는 호위함 최소 3척을 보낼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이 후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한 다국적 해상 안보 작전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과 기밀 해양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오는 22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확정한 후, 다음달 말부터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후티의 도 넘은 도발에 미 정부는 후티를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재지정하기로 했다. 앞서 2021년 초 후티는 테러단체로 지정됐으나,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내전으로 인도적 위기에 있는 예멘에 식량과 구호품 등을 지원하기 위해 바로 이 지정을 해제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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