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의 '파묘', 최민식·김고은·유해진과 K-오컬트의 만남 [D:현장]
'사바하' '검은 사제들' 등을 연출한 '오컬트 장르의 장인' 장재현 감독이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과 손 잡고 '파묘'를 선보인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는 장재현 감독,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파묘'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장재현 감독은 "아주 어렸을 때 시골에서 밟고 올라가고 놀던 오래된 묘를 고속도로 생긴다고 이장하는 걸 구경한 적이 있다. 그 안에서 뭐가 나올까 했는데 너무 오래된 나무 관이 나오고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걸 보면서 호기심과 무서움과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다. 제가 관 페티시가 있는 것 같다. 영화를 찍을 때도 관을 찍으면 가슴이 콩닥거렸다. 어릴 적 기억을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다"라고 '파묘'의 연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촬영, 조명, 미술 모든 것을 전작과 정 반대 스타일로 촬영했다. 전작들에서는 어떻게든 예쁘게 찍고 좋은 그림을 찍으려고 공들였는데 '파묘'는 뭔가 안 보이는 걸 담고 싶었다, 어떤 기운들과 배우들의 에너지, 기세들이 만났을 때의 에너지를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을 연기한 최민식은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인물이 맘에 들었다. 이 사람이 반평생을 풍수로 먹고 산 사람인데 땅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땅에 대한 자기 나름의 가치관, 세계관이 명확한 사람이었다. 땅에 대한 가치와 고귀함을 유지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장재현 감독은 "최민식 선배님께서는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하나가 되는 배우"라며 "선배님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상덕이란 캐릭터가 땅을 대하는 것과 혼연일체가 된 느낌을 받았다"라고 최민식과의 작업에 만족했다.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을 맡은 김고은은 박정민에게 먼저 '파묘' 출연 추천을 받았다고. 박정민은 장재현 감독의 전작 '사바하'에 출연한 바 있다. 김고은은 "'유미의 세포들' 찍을 때 대뜸 박정민에게 전화가 왔다. '파묘' 대본을 봐달라고 했다. 감독님이 저를 너무 원하는데 제가 그 대본을 거절할까 봐 미리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줬다. 그게 출연 계기가 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문직이기 때문에 직업적 특성과 이행하는 행동들, 퍼포먼스들, 경문을 외는 과정들이 어설퍼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젊은 무당이지만 능력 있는 무당이라 그 부분을 잘 표현해 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유해진은 최고의 실력을 갖춘 장의사 영근으로 분했다. 유해진은 영근 역할을 위해 실제 장의사로부터 유골 수습하는 과정까지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영근은 대통령 장례까지 치를 정도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장의사다. 실제 현장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장의사이신 분들을 찾아가 유골 수습 과정 등을 많이 배웠다. 표현할 때도 최고의 장의사니까 최대한 어설퍼 보이지 않으려 했다"라고 말했다.
이도현은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영상으로 대신 인사를 전했다. 이도현은 "봉길 역의 이도현이다. 봉길은 화림과 함께 하는 신예 무속인이다, 실력은 물론 외모까지 갖춘 MZ 세대 무속인이다. 화림을 보디가드처럼 든든하게 지키는 역할이다. 무속인 듀오 봉길 화림은 거액의 돈을 벌기 위해 악한 기운을 가진 묘를 이장하며 기이한 일에 휘말린다"라며 "화림과 봉길의 케미 기대해달라. 저의 새로운 연기, 모습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CG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장 감독은 "사실 오컬트라고 생각하고 찍지 않고 이런 장르를 현실 판타지라고 부른다, 현실에 발 붙지 않고 뜨면, 쉽게 CG로 하게 되면 CG의 에너지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CG를 최대한 절제하려고 한 건 미묘한 실제감을 주기 위해서다. 배우들도 그렇다, 배우들도 블루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거나 가상의 뭔가를 두고 연기하는 것보다 실제를 보여주고 연기를 담는 게 감독으로서 배우들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배우들은 '파묘'의 관전 포인트로 굿 하는 장면을 꼽았다. 최민식은 "어릴 때 굿 보는 걸 좋아했다. 지금은 미신이라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예전부터 굿을 보면 공연을 보는 느낌이었다. 기승전결과 퍼포먼스가 있었다"라며 "김고은이 투잡 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했다. 예전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란 말이 있듯 저랑 유해진 배우는 그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구경했다"라고 김고은을 칭찬했다.
장재현 감독은 "전작들처럼 종교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되게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우리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를 만들 때 코로나19가 터졌다. 극장의 위기를 보며 다음 작품은 꼭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심플하고 직관적이고 체험적인 요소를 최대한 많이 담았다. 많이 기대해달라"라고 관심을 당부했다. 2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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